▲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
일반적으로 사회를 강자와 약자의 두 진영으로 구분해서, 진영간 대립과 분열을 야기하는 정책은 규제개혁의 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이다.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정책으로 들리지만, 반대로 경제를 퇴보시키는 정책이다. 접근방법이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구분해서, 강자를 규제하고,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논리다. 경제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지 않고, 집단간 대립관계로 보기 때문에 성장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
관료는 규제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규제가 있어야 관료의 힘이 생긴다. 그래서 관료들은 규제를 만들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낸다. 이때 사회구성원을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구분해서 접근하면 규제를 만들기 쉬워진다. 즉 국민들의 약자에 대한 보호감성을 자극함으로써, 좋은 규제라는 연출에 성공한다. 그래서 규제라는 용어를 세부용어로 나누어, 좋은 규제를 정의한다. 사회규제가 대표적인 예다. 규제를 경제규제와 사회규제로 나누고, 사회규제는 좋은 규제라는 이미지 만들기에 성공했다.
관료들이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규제를 규범, 감독, 지도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제보다 규범이란 용어를 통해 규제를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감독과 지도라는 행정규제는 외형적인 표시도 안나면서, 규제받는 쪽에서 법보다 더 강한 규제다.
모든 규제는 법률을 통해 구체화된다. 따라서 법률에서 규제가 가능한 목록만 열거하면 효과적으로 관료들의 규제팽창 행위를 막을 수 있다. 법률의 기본정신은 경제적 자유를 근간으로 하고, 규제영역을 법률로 규정하면 된다. 이게 네거티브 법률 시스템이다. 경제자유라는 바다 위에 규제할 수 있는 조그만 섬을 정의하면 된다. 그러나 관료는 형식적 법률체계를 내세워서 반대논리를 편다. 우리의 법률체계는 대륙법을 근간으로 하므로, 네거티브 시스템을 운영하는 영미법 체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규제개혁에 대한 사명만 있으면, 이런 법체계가 무슨 문제인가. 또한 법체계를 전부 바꾸는 것도 아니고, 규제관련 법률만을 바꾸면 된다.
▲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은 규제혁파의 적들이다. 관료들의 기득권지키기식의 완강한 규제개혁 저항성향을 타파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보호라는 명분하에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치인들의 감성적 포퓰리즘도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 관료와 정치인들의 경제민주화라는 분홍빛 깃발속에 가려져 있는 규제의 발톱을 뽑아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위한 민간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규제를 먹고사는 집단은 또 있다.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정치적 지지를 먹고살며, 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사회를 두 진영으로 분열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여야당이 모두 경제민주화란 깃발을 높이 올렸다.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나누어 대립하고 질시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려면 필연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때 규제의 발톱은 경제민주화라는 분홍빛 깃발 속에 교묘히 가려져 있다. 규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치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가 사회를 분열시킴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는 구조로는 규제개혁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규제에 반대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에 대한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규제반대 논리의 포장기술은 놀랍다. 결국 규제개혁의 성공여부는 관료와 정치인에 대한 개혁과 반대논리를 뛰어넘는 단순하고 감성적인 논리개발에 달려 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