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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해지는 학교폭력 급증…누가 은폐하고 부추겼는가

2017-09-21 10:3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으로 한창 뜨거웠던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은 불과 2주 만에 잠잠해졌다. 아직 관련 기관들이 부랴부랴 각종 통계를 제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대중의 관심은 이미 다 식었다.

사실 1일에 알려진 부산 여중생 사건 후에도 11일에 강원도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그에 앞서 지난달 27일 전주에서 여중생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했지만, 동영상이 없었던 탓인지 대중의 관심을 그만큼 받지 못했다.

정부는 18일 2017학년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면서 청소년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근절' 주장이야말로 현실성 없이 학교폭력을 은폐시키게 만드는 주원인 중 하나다. 근절할 수 없고 잘 조치해야 하는 것을 근절하겠다고 나서니 결국 은폐밖에는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학교폭력을 근절했다고 내세우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쭉 학교폭력의 공범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학교폭력 징계 사실 학생부 기재 반대 등의 의제를 통해 학교폭력 활성화에 앞장서온 진보교육감과 현 여당의 정치세력이 있다.

학교폭력 징계 내용 기록 거부는 대부분 아는 부분이다. 김상곤 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경기도교육감으로 있던 2012년 8월에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폭력 징계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를 필두로 자칭 진보교육감들이 이 문제로 교육부와 법정 공방까지 벌이면서 기록을 거부했다. 이유는 '인권적 견지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 한 중학교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것과 관련해 가해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린 15일 오후 학부모 등이 학교폭력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 학생인권. 학생인권을 명분으로 학생인권을 짓밟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자칭 진보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 확산시킬 때도 김 부총리가 앞장섰었다. 그런데 이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이 살펴보면 결국 학교의 교육적 관리·감독을 약화시키는 내용이다.

학교와 교사의 감독이 제한을 받으면 학생의 인권이 신장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교사가 개입하지 못하는 교실은, 공권력과 법의 보호가 없는 작은 사회와 같다. 약육강식만이 남는다. 결국 일진들의 인권만 신장되고, 빵셔틀의 인권은 바닥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칭 진보교육감이란 자들이 이런 '일진 인권적' 학생인권 의식을 갖고 새로운 교육을 하겠다고 만든 것이 혁신학교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학교를 내세웠고, 혁신학교를 했더니 학교폭력도 줄어들고 인권이 신장됐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금도 김 부총리가 자신의 교육적 업적으로 내세우며 국정과제로 혁신교육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학교폭력을 줄였다는 혁신교육 확대의 실체는 학교폭력 은폐일 뿐이다.

김상곤 교육감과 현 여권 정치인들이 혁신학교 확대를 위해 허위로 학교폭력 근절을 홍보한 사례를 한 번 열거해보겠다. 이 사례들을 본다면 왜 그들이 학교폭력 은폐에 가담한 학교폭력의 공범자들인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 A초는 혁신학교 지정 때부터 모델 혁신학교를 맡아왔고 지금까지도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전교조 출신의 무자격 공모교장이 혁신교육 의제를 이끌며 이 학교 교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승진 가도를 달려 교육장을 맡고 있다. 이 학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혁신교육 간담회'를 연 학교이기도 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체육도 열심히 하고 예능 교육도 많이 받고, 그렇게 건강하게 아이들이 꿈을 꾸면서 자랄 수 있으면 학교 폭력도 자연히 없어진다"며 "아이들의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 A초같은 혁신학교가 전국에 많이 생기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A초는 당시부터 현재까지 악성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2012년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A초는 26건의 피해응답과 67건의 일진 인식 건수를 보였다. A초는 지속해서 혁신학교를 운영했다. 그러나 학교폭력 피해 건수는 증감이 있었을 뿐 상황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2016학년도 1차 조사에서도 33건, 2차 조사에서 20건의 피해응답이 있었다.

경기 B고 역시 대표직인 혁신학교 성공 신화를 쓴 학교다. 2013년에는 배모 민주당 의원실과 전교조 등이 주최한 학교폭력 대안 마련 토론회에서 사례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그 해 1차 조사에서 B고는 11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전교조의 무자격 공모교장 임명으로 논란이 됐던 경기 C초도 비슷하다. 2012년, C초의 교장은 전교조의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의제에 앞장서며 평가를 거부하면서 "일제고사는 학생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인성을 망가뜨립니다. 이렇게 되면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이들이 크면 각박한 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C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든다고 했다. 그 행복한 학교는 그 해 1차 조사 학교폭력 피해사례 59건, 일진 인식 건수가 104건이었다. 일진들이 행복한 학교인 모양이다.

D, E, F중도 마찬가지다. 이 두 학교는 '배움의 공동체 철학과 수업 방식을 통해 학교폭력, 왕따 등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홍보한 학교다. 그러나 당시 D중은 29건의 피해와 123건의 일진 인식, E중은 35건의 피해와 82건의 일진 인식을 보였다. 두 학교 모두 혁신학교로 지정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F중은 언론 기사를 통해 "교내에서는 왕따나 학교폭력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홍보했으나 당시 1차 조사 결과 32건의 피해와 78건의 일진 인식을 보였다.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학교폭력 징계 사실 학생부 기재 반대 등에 앞장서 온 진보교육감과의 정치세력이 부추긴 결과를 낳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대구달성경찰서가 개학을 맞이하여 관내 51개교 학교별 신학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릴레이식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구달성경찰서 제공


G중 역시 비슷하다. 학교폭력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나 김 모 민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혁신학교 확대를 주장하면서 자녀가 혁신학교에 다니는데, 학교폭력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더라는 취지로 혁신학교의 성과를 홍보했다.

그러나 당시 해당 의원의 자녀가 다닌 G중 역시 그 해 1차 조사에서 피해 응답이 1건 있었으며, 이듬해 오히려 피해 응답 건수가 4건으로 늘었다. 사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했다면, 학교폭력이 뭔지 모를 수가 없다. 그 훌륭한 혁신학교가 학교폭력이 뭔지 모를 정도로 예방교육조차 게을리했거나, 김 의원이 거짓말을 했거나 둘 중 하나다.

이렇게 혁신학교가 허위로 학교폭력 근절을 홍보한 일이 은폐라는 것은 특정 사례를 통해서만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김 부총리가 교육감으로 재직하고 있던 2012년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도 혁신학교의 피해응답률은 13.64%로 경기 지역 전체(11.73%)에 비해 1.9% 가량, 전국에 비해 1.4% 가량 높다. 일진 인식률도 27.03%로 경기도 전체(24.1%)에 비해 2.93%, 전국(23.61%)에 비해 4.42% 높다. 2012년도를 기준으로 살핀 것은 이후 혁신학교가 급격히 확대되어 일반학교와 유의미하게 구분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교폭력을 없앴다'고 주장하는 혁신교육은 사실 학교폭력을 조장해왔다. 이런 사례는 경기도에 제일 많지만 경기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혁신학교 혹은 자칭 진보교육감과 정책적 연대가 있는 학교들은 끊임없이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포장을 하고 홍보를 해 왔고, 그런 학교들은 어김없이 학교폭력이 여전히 상존해 있었다.

자신들은 분명히 피해 건수를 보고하는데 교장은 물론이고 학교와 교육감, 심지어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나서서 자기 학교에 학교폭력이 없다고 홍보한다면 피해자들이 느낄 억울함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절망한 피해자들은 이후 학교폭력을 당해도 신고를 할 용기와 기대를 도저히 갖지 못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흘릴 피눈물을 생각할 수 있다면 적어도 학교폭력을 은폐해온 공범자들이 학교폭력 근절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될 일이다. /박남규 교육칼럼니스트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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