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미국이 15년만에 한국을 상대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지자 태양광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 수입이 갑작스럽게 크게 늘어 자국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봤을 때 해당 업체를 돕기 위해 수입을 제한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구제 조치다.
업계는 향후 미국의 규제조치가 진행될 경우 한국보다는 미국 산업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미국이 15년만에 한국을 상대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지자, 태양광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화큐셀 태양광패널 /사진=한화큐셀 제공
26일 태양광 업계는 수입 태양광전지 규제 강화로 미국 업체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한국산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강력히 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다수의 현지 태양광전지 회사가 한국과 중국·멕시코산의 급격한 수입증가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오는 11월 중순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권고문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5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게 된다.
미국이 수입규제를 강화할 경우 한화토탈, 현대그린에너지, OCI 등 태양광 전지 및 원료를 생산·수출하는 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 한국기업의 대미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기준 태양광전지를 통해 미국에서 올리는 매출이 전체의 35% 정도로 비중이 크다. LG전자 역시 최근 미국 시장에 세계 최고 효율을 가진 주거용 태양광 패널 2종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그린에너지도 미국에 태양광전지를 수출 중이다.
업계는 미국이 태양광 생산 제품 수입 규제를 강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 산업에 적지않은 피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수입산에 상계 관세를 부과해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산 태양광전지 가격이 다른 외국산보다 평균 15%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수출품이 '저가 공세'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또 미국업체가 주택용 패널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산업용 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OCI가 인수한 도쿠야마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사진=OCI제공
업계는 미국의 이런 조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한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한국태양광협회 주도로 공청회에 대비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만큼 한국산 제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최근 미국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세이프가드 발동시) 태양광 전지 관련제품의 글로벌 유통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미국내 관련사업의 건강하고 균형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 직접 태양광전지 및 관련 재료를 수출하지 않는 업체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에 폴리실리콘을 납품하고 있는 OCI는 간접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OCI의 관계자는 "주 타겟으로 삼는 모듈, 셀에 비하면 중국 수출 물량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 보내는 물량이 8% 정도로 그만큼 미국 내 태양광전지 수입 비중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도 "현재 멕시코를 경유해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라 이번 판정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 내 반대여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태양광 업계의 주요 단체들은 “태양광 산업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보호장벽은 치료약이 아닌 독약”이라고 말한다. 저렴한 패널 수입이 막히면 가격이 올라 태양광 발전소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저렴한 수입 패널이 관세 인상으로 가격이 오르면 태양광 발전소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도 이에 대해 “결국에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