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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여야정협의체 시동 걸었지만 협치는 '안개속'

2017-09-28 18:1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가 공을 들인 끝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대표가 회동하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인다. 

사실상 전례가 없는 여야정 협의체인데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불참을 선언했다. 게다가 협의체에 찬성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청와대 회동 다음날부터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문재인 대통령과 의견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있었다”며 “한미동맹 신뢰관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물어봤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한미동맹이) 단단하다고 답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인식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이날에만 논평 3개를 연달아 내놓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4당대표 만찬에서 외교안보팀 내 다른 목소리가 당연하다고 했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하나가 돼야 한다더니 정부 내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와도 된다는 것이 무슨 소리냐. 안일한 대통령의 인식에 우려를 표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야정 협의체에 원내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청와대 회동 자체에 불참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이날 “전례도 없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필요없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제1야당인 한국당이 이미 여야정 협의체에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도 여야정 협의체의 합의 불발을 시사한 셈이다. 

안 대표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원심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시켜나갈 전망이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과 국민의당의 호남 의원들이 주로 함께하는 하나의 입법안에 대한 토론회 개최 등 정책연대 활동들이 이어지면서 벌써부터 양 당의 연대 모색이 시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아예 문 대통령 앞에서 “안보에 관한 여야정 협의체는 대통령이 주도하더라도 일반 여야정 협의체는 국회가 주도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27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여야 대변인들이 만찬 회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양석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사진=청와대 제공



결국 여야정 협의체가 만들어지더라도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것을 예고한 것으로 문제는 집권 여당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데  있다는 비판적인 분석도 제기됐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안보 여야정 협의체마저 하루만에 난관이 포착된 것은 28일 문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전작권 조기 환수’를 언급한 것을 놓고 국민의당은 “지금 이 시점에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작권 조기 환수를 지금 이 시점에 문 대통령이 밀어붙일 경우 한국당이 크게 반발할 것이 자명해 결국 안보 문제가 모든 ‘협치’의 문제를 덮어버릴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4당 대표들과 청와대 회동이 있던 날 국민의당을 염두에 둔 듯 ‘녹색넥타이’를 매고 안철수 대표를 맞았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은 4당 대표들과 함께 주로 국빈들만 대접해온 상춘재에서 만찬을 갖고, 이례적으로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둘러봤고, 춘추관 브리핑룸 단상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나란히 서서 합의문을 발표하게 하는 노력들을 이어갔지만 뚜렷한 결실은 아직 없다.

여야정 협의체를 내건 문재인식 ‘협치’에 시동은 걸렸지만 곳곳에서 만날 암초의 윤곽은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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