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호와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입양은 아름다운 동행의 전형입니다. 미디어펜은 입양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입양에 대해 고민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가정아이와 다를 바 없는 입양아 및 입양에 대한 그릇된 인식 바꾸기에 나서려고 합니다. 특히 친부모와 생이별 후 입양된 아이가 성장해 정체성 혼란·정신적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지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입양아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값진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입양아 ⑤]새 가정서 희망 노래하는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미디어펜=정광성 기자]음악을 통해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노래하면 친구가 입양될 수 있는 거지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단원들이다. 공개입양 1세대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입양문화를 바꾸고 친구들의 입양을 홍보하는 국내 유일의 입양 홍보대사들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정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그들의 노랫소리가 입양을 기다리는 모든 아이들에게 새 부모를 찾아주고, 그들이 자라나 국내입양의 장점을 알리게 된다면 이보다 좋은 홍보대사는 없다”
김 단장은 2006년 5월 제1회 입양의 날 행사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했던 인연으로 10여년간 지속됐다. 당시 아이들과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성악가로 무대 서는 것 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후 무대를 행복하게 하는 입양어린이들이 많아지면서 자생적으로 합창단이 만들어 지게 됐다.
김 단장에겐 또 다른 수식어가 있다. 메조소프라노 김수정. 연세대학교 음대를 졸업하고 바르샤바 오페라단 최초의 동양인 솔리스트, 월드글로이아센터의 초대 예술감독, 그리고 국내 최연소 오페라단(글로벌 오페라단) 단장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단원들이 공연 직후 모습/사진=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제공
김 단장의 인생에 있어서 입양 어린이들은 '다크 호스'였다고 한다. 어려서 입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노래로 치유해 주고 싶었다는 것이 김 단장의 목표였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시작을 안했을 것이다. 처음 봤을 땐 마냥 아이들이 예뻐서 시작했던 것이 10여년을 해오고 있다”고 김 단장은 합창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11년까지 입양 어린이들과 여러 무대를 함께 한 김 단장은 2012년 미국 교환교수로 가게 됐다. 김 단장은 “교환교수로 가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음악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우연히 현지에서 입양된 아이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과 함께 또다시 꿈의 무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해외 입양 어린이들과 함께 케네디센터에서 공연을 했다. 그 공연을 본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 한분이 "내 일생의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한 문제인 그 고통을 내려놓게 됐다. 짐처럼 생각하던 아픔을 해소 할 수 있었다"며 5000달러를 자신이 입양됐던 고아원에 기부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그때 공연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입양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 김 단장은 귀국해 본격적으로 합창단을 꾸리는 일에 매진했다. 2015년에 공식 사단법인으로 인정받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합창단은 항상 공연 때마다 아이들이 쓴 시로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하는 일은 ‘입양이 행복하다’라는 걸 말하고 싶다는 내용의 것을 아이들이 시를 노래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특히 합창단은 2010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요’ 시작으로 매년 테마를 만들어 음악회를 준비했다. 이어 ‘나눔’ ‘행복’ ‘소원’ ‘평화’ ‘기적’ ‘꿈’ 순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 단장은 합창단이 만들어 진 이후 첫 연주회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아이들의 첫 번째 연주는 2010년 올림푸스홀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요’라는 테마로 무대를 올렸다. 이를 통해 음지에 있던 입양 문화를 밝은 곳으로 이끌었다.”면서 “또한, ‘치유와 행복’ 이란 사진전시회를 일주일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행복한 보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에 편승하거나 단순 동정심이었다면 이렇게 10년동안 할수 없었을 것”이라며 “입양이 이래서 좋다고 노골적으로 알리는 것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무대를 성공시키는 성취감과 나의 친구들도 나처럼 입양되어 잘 살길 바라는 솔직한 심정을 노래로 보여줬기에 사람들을 감동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음악이라는 예술의 위대함을 보여 주는 것이다”며 “경제 상황과 생계로 부모가 생존하면서도 친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그렇게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500만원이라는 적은 돈을 쥐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수정 한국입양어린이합창 단장이 아이들과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제공
김 단장은 공개 입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육 시설의 아이들이 정말 바라는 것은 사회로 나가기 전 의지할 수 있는 가정이고 가족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공개입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고,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우리 합창단이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끝으로 김 단장은 “부모없이 고아로 있으면서 혼자 눈물을 삼키고, 화를 참아내는 아이들을 가정으로 보내고 싶다. 입양된 행복한 아이들의 목소리와 용기를 통해 입양된 아이들, 입양을 결심한 가정들이 많아졌고, 앞으로도 많아지기를 바라며 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40여차례 공연과 수차례 TV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한국의 사회의 입양문화에 대해 노래로 알리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