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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살리고 고용 늘리자"…트럼프 감세정책과 거꾸로 가는 한국경제

2017-09-29 13:3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안이 발표됐다. 주요내용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인하하고 둘째, 소득세 과표구간을 현행 7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최고세율도 현행 39.6%에서 35%로 낮추며 셋째,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다. 아마 레이건 대통령 이후로 세계에서 이런 혁신적인 세제개편은 처음일 것이다.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안은 세계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세상은 개방되어 국제간 기업경쟁이 치열하다. 국가도 민간기업들의 경쟁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각국 기업들에게 좀 더 나은 정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간 경쟁도 치열하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조세, 즉 법인세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다. 이를 '조세경쟁(tax competition)'이라고 한다. 국가가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은 그 나라에서 기업 활동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조세를 통한 경쟁은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미국은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였다. 법인세를 단순히 국제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일본처럼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강대국은 법인세율이 높다. 이미 국가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법인세에 있어서 다른 국가들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소규모 개방경제를 갖춘 나라는 다른 강대국보다 법인세를 조금이라도 낮춰서 자본을 유치하려고 한다.

그래서 법인세 부담은 그 나라의 경제수준과 경쟁력을 동시에 봐야 한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를 가진 나라다. 즉 한국과 밀접한 경제교역의 국가인 미국같은 강대국의 법인세 변화는 한국의 기업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 수준은 상식수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급진적인 조세 패러다임의 변화수준이다. 이런 추세에 맟추어 강대국들도 즉각적으로 법인세 인하추세에 동함할 것이다. 이미 일본, 영국, 프랑스는 법인세 인하에 동참하였고, 이번 미국의 급격한 인하안으로 인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안이 발표됐다.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늘려 성장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 등 감세정책과 거꾸로 가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경쟁에서 퇴보할 수 밖에 없다. /사진=청와대


세상은 이처럼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거꾸로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인상하려고 한다. 세계에서 법인세를 인상하려고 하는 유일한 국가다. 미국의 법인세 대폭적 인하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고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자본은 세금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이미 한국의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는 '법인세 인하경쟁'을 하고 있는데, 그 경쟁에서 벗어나 홀로 '경제 은둔자'가 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의 상속세 폐지는 큰 의미를 던지고 있다. 상속세는 지금까지 세대간 공평성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형평을 강조하는 국가일수록 상속세를 강화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제 형평논리보다 성장의 논리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장 형평을 강조하던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이미 상속세를 폐지했다. 시장경제의 취약점인 소득격차가 심각한 미국에서도 상속세를 폐지하는 획기적인 안이 제시됐다. 이제 전세계 조세정책의 철학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형평에서 성장으로 가고 있고, 성장하기 위해선 정책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수단이 조세정책이다.

트럼프의 소득세제의 단순화도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 세제는 복잡할수록 그만큼 공평성을 가진다. 공평은 복잡성을 내포하지만, 복잡한 만큼 세금내는데 협력비용(compliance cost)이 높아진다. 단순하면 그만큼 납세자들이 편하고, 조세불만도 낮아지게 된다. 게다가 최고한계세율을 법인세 만큼은 아니지만, 인하한 것은 낮은 세금으로의 세제혁신 방향과 일치한다.

트럼프의 조세개혁안은 21세기 가장 획기적인 조세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수준이다. 이제 강대국의 세제 개편이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에 빠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은 조세경쟁과는 무관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결국 경제퇴보로 갈 수밖에 없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현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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