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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쌍욕방송, 헐리웃영화? 재난콘서트하나

2014-04-30 09:4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남정욱 숭실대교수
"세월호 중계, 슬퍼하면서도 즐기는 듯"비쳐

참 이상도 하지. 지난 보름 여 소생의 눈에 비친 매스컴은 마치 슬퍼하면서 즐기는 듯 했습니다. “어제 많이 슬프셨죠? 오늘은 또 이런 슬픈 일이 있네요.” “많이 분노하셨나요? 아직 멀었습니다. 또 있거든요.” 그렇게 파내도 파내도 마르지 않는 슬픔의 샘을 긁어내며 감정의 증폭이 언론의 사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쟁하듯 열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현장과 술자리를 혼동한 듯 방송에서 쌍욕을 태연하게 내뱉기도 합니다. 헐리웃 영화 찍으십니까. 악질적으로 표현하자면 재난을 예능으로 승화시키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재난 콘서트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신조어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만난 방송처럼’ 보도에는 온도(溫度)가 있어서는 안 된다, 라는 게 평소 지론입니다. 그 원칙이 허물어졌을 때 방송이 얼마나 위험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방송사들은 파내도 파내도 마르지 않는 슬픔의 샘을 긁어내며 재난콘서트하듯이 했다. 모기자는 방송도중 쌍욕을 해대는 등 할리웃액션을 하는 듯했다. 재난보도는 감정을 절제한 후 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재난콘서트 신조어 나올 것,  재난보도는 온도없어야

‘브로드캐스트 뉴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세 명의 젊은 방송인이 주인공입니다. 둘은 능력이 있고 하나는 인물만 좋습니다.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는 자리에서 ‘인물’은 눈물을 보입니다. 피해 여성의 인터뷰 말미에 앵커의 눈물이 끼어든 겁니다. 시청자는 감동하고 ‘인물’은 스타가 됩니다. 알고 보니 눈물은 심지어 편집이었습니다. 이번 보도와 다른가요. 저는 그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물론 기자도 방송인도 사람입니다. 슬프지 않으면 이상하고 가슴이 미어지지 않으면 정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면서 기사를 쓰면 안 됩니다. 충분히 감정조절을 해 놓고 카메라 앞에 앉아야 합니다. 다 울고 코 풀고 그리고 마이크를 잡아야 합니다. 배우 최민수의 할머니는 전옥이라는 유명한 배우입니다. 1950년대 ‘눈물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눈을 뜨고 울어라.” 눈물의 효과를 극단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큰 눈망울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눈을 뜨고 울어라 VS 이를 악물고 참아라

방송은 반대입니다. 그래서 방송에서의 경구는 이렇게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 참아라.” 슬픔의 감염을 통제하는 것은 정신위생학의 기본입니다. 우리는 정반대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책상에 국화 다발을 놓고 수업을 하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그 사고방식이 제약 없이 온 나라에 펼쳐진 게 이번 일입니다.

슬픔이 직업윤리 없이 방조되었다면 분노의 표출은 사냥감 몰이의 전형이었습니다. 아무리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라지만 일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선장에 대한 한 줄의 공정한 보도도 보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따져보면 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려 분노를 해소하는데 급급해 보였습니다. 그 결과, 어쩔 수 없는 어른은 되지 않겠다는 맹랑한 선언이 등장했습니다.

두달후 월드컵,  슬픔에서 기쁨메뉴로 국민 정신질환에 빠뜨릴 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이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수치스럽다, 라는 자기 고백이 줄을 이었습니다. 어떠십니까. 흐뭇하신가요, 뿌듯하신가요, 자랑스러우신가요. 두 달 뒤면 월드컵입니다. 그때는 또 어떤 표정으로 방송을 할지 궁금합니다. 슬픔은 여전히 바다 속에 있는데 16강에라도 오르면 이번 메뉴는 슬픔이 아니라 기쁨입니다, 하면서 시청자보다 먼저 펄쩍펄쩍 뛰실 건가요. 냉탕과 온탕을 정신없이 오가게 만들어 전 국민을 정신질환에 빠뜨리실 계획인가요. 심금을 울리는 기사도 여럿 보았습니다. 지면이 젖어 넘기려들면 신문이 찢어졌습니다. 칭찬이 아닙니다. 슬픈 일에 글 솜씨를 뽐내면 안 됩니다. 남은 사람들은 그때마다 또 죽습니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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