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문근영·김태훈이 뭉친 '유리정원'이 미스터리와 판타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기괴한 아름다움을 빚어냈다.
18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유리정원'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신수원 감독을 비롯해 배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가 참석했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 홀로 숲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날 현장에서 단연 관심을 모았던 건 문근영의 눈물이었다. 영화 관람 후 눈물을 쏟은 문근영은 기자간담회 시작 전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무대에 올랐다.
문근영은 "기술 시사회 때 영화를 봤는데, 그땐 제가 못했던 부분만 찾으려다 보니 전체를 못 봤다"면서 "오늘은 마음 편하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봤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촬영하며 재연으로 살았던 시간이 오버랩되며 그 감정이 떠올랐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털어놓았다.
구멍 없는 연기력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혼신의 열연을 뽐낸 18년 차 배우 문근영은 이번 작품에서 미스터리한 과학도 재연으로 분해 색다른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문근영은 신수원 감독과 호흡한 소감에 대해 "어떤 작품이든 연출가와 배우는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낄 때쯤 신수원 감독님을 만났다"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았다. 소통하며 하는 작업이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무엇보다 절 믿어주신다는 느낌이 있어서 저도 감독님을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리정원'은 배경이 되는 숲의 풍광이 내뿜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유려한 미장센 등 기술적인 성취는 물론, 많은 의미를 내포한 주제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에 연출을 맡은 신수원 감독은 "욕망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영화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나무가 중요한 테마였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과 동물이 누군가를 착취해야 생존할 수 있는 존재라면 식물은 햇빛과 물, 산소만 있어도 이천년을 살 수 있다"면서 "나날이 타인의 자유 침해가 심해지는 상황 속 나무라는 존재가 갖는 의미는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근영이 과학도로서의 열정과 세상에 상처받은 여인의 가련함과 성숙함을 표현했다면, 김태훈은 그녀의 충격적인 비밀을 파헤치며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특히 그는 안면 경직 증상을 겪는 작가 지훈으로 분해 다채로운 감정선을 표현함과 동시에 쉴 새 없이 안면 근육을 움직여야 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훈은 "힘들었던 건 보이는 외형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었다"면서 " '나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대사에 지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나무 껍데기가 말라가는 것 같은 마음의 지훈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 감정이 맞는지를 고민했다"고 촬영 당시 고민했던 부분을 전했다.
이어 김태훈은 '유리정원'을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고, 문근영도 이에 동의했다.
문근영은 "각각의 사람이 어떤 부분에서 상처를 받는지, 그걸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하는지, 그 상처로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면서 "저도 영화를 보며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위대한 자연이 주는 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순수에 가까운 인간형이 상처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 지점도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에게 치유가 됐으면 좋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기대를 부탁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유리정원'은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독보적인 소재와 독창적인 스토리를 선보인다.
문근영과 함께 김태훈, 서태화 등 연기파 배우들이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드라마적인 재미를 전하고, 촘촘한 전개로 긴장감을 이어가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끝까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오는 25일 개봉.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