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한다. 구체적 전략으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금융 및 예산 등으로 정책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책 추진 배경은 경제적 격차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깔려 있고 그 격차를 줄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경제와 기업에 '사회적'이란 형용사를 붙임으로써 경제와 기업을 따뜻한 이미지로서 포장하였다.
그러나 '사회적'이란 용어는 뒤에 오는 명사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경제는 경제적 강자만이 살 수 있는 세상인데, '사회적 경제'가 됨으로써 경제적 약자도 살 수 있다는 착각을 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약육강식의 원칙을 벗어나 약한 기업도 잘 살 수 있는 듯한 의미를 준다. 어떤 용어에도 '사회적'이란 형용사를 앞에 붙이면, 모든 잘못을 사회 탓으로 돌릴 수 있고 사회가 보살펴야 한다는 정책방향의 당위성도 내포한다.
사회적 경제와 기업이란 따뜻한 용어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방향은 경제와 기업을 더 망치게 된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통해 직원을 고용하고, 정부에 세금을 냄으로써 사회에 공헌한다.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면 그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실업자를 발생시키고 세금도 낼 수 없다.
그래서 기업의 최대 사명은 이윤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기업이 창업을 하지만 몇 년 이내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도산한다. 그만큼 이윤창출이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은 이윤만을 생각하고 경제활동에 전력해도 이윤내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정부에서 규정하며, 채택되면 정부지원을 받는 기업이다. 기업의 이윤창출이 어려운 현실에서 사회적 기업이란 정부지원 오아시스를 만들어 놓으면, 많은 경제주체들은 기업 대신 사회적 기업에 몰리게 된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되므로, 경쟁력 없는 경제주체일수록 사회적 기업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혁신창업을 사회적 경제와 같이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이란 탈출구를 만들어 놓으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이 아닌, 정부 관료들이 좋아하는 사회적 기업을 멋있게 포장하는 혁신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정부 관료들의 정책선전에는 좋겠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는 전혀 생산하지 못한다.
정부는 사회적 경제와 혁신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정부지원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가 아니다. 일자리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경제과정이다. 기업이 착해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이윤창출을 통해 파생하는 결과일 뿐이다. 정부에서 얘기하는 일자리는 기업의 자발적인 고용행위가 아니다. 정부지원에 의해 지탱하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새로운 부가가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세금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의미의 일자리가 아니고 '복지개념의 일자리'다.
정부는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 확대를 위한 의지가 확고한 듯하다. 청와대에 담당 비서관급이 생기고,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는 전담 기구를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범국가적 사업에 향후 많은 정부예산이 집중될 것이다. 정부 지원액이 크면 클수록 사회적 기업이 확대될수록 우리 경제에서 진정한 의미의 혁신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정부의 눈먼 돈을 선점하려는 사탕발림 문서작업 경쟁만이 더 치열해 질 것이다.
정부지원액이 클수록 민간영역과 정치 및 정부영역 간 담합 및 비리구조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윤창출을 위한 경제활동보다는 여러 가지 인맥을 통해 정부 돈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다.
기업이 정치권과 정부에서 멀어져서 이윤창출 행위에만 몰입할 수 있을 때 그 나라 경제는 번영한다. 그러나 기업이 지대추구 행위에 몰입하면 그 나라 경제는 서서히 망가져 간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현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