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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정치의 등장, 그 누구에게도 안 좋다

2017-10-23 13:0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언론인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주말 신고리 공론화의 결과가 건설 재개 59.5%, 건설 중단 40.5%로 나왔지만, 그 직후 사뭇 다른 쪽으로 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흘러가고 있어 논란을 자초할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연설이 새삼 보여주듯 새 정부는 신규 원전 전면중단, 신재생 에너지 확대 박차라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했다.

jtbc-한겨레 등 좌파 언론도 그런 분위기를 띄우며 잘못된 여론몰이를 거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러려면 왜 당초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말뿐인 권고안을 만드는 헛수고를 하게 하고, 그와 별도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몰고 가는가?

세간의 당혹감을 이해 못할 게 아니다.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문제 여부를 묻는 것과 별도로 원전 축소(53.2%)와 원전 유지(45.2%)라는 의견을 내자 그걸 근거 삼아 탈 원전도 탄력을 받게 됐다고 지금 저들은 억지를 부린다. 원전의 비중을 줄이는 문제와, 아예 없애자는 것은 전혀 다른 사안인데도 눈 가리고 야옹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론화위원회 권고에 담긴 민심

진실을 말하자.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발표 때 많은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떤 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며 감격했다. 공론화위 자체가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에 병풍 역할을 위한 모임체인데, 때문에 거의 단념하던 상황에서 대반전의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 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제목에 "탈 원전 드라이브, 국민 이성이 제동을 걸다"라며 반색했다. 이번 평지풍파로 인한 손실만 1000억 원에 이른다면, 더 이상의 논란은 국가적 에너지 소모일 뿐이라는 게 지난 주말 국민적 합의라고 봐야 한다. 당혹스럽게도 신규 원전 전면중단,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분명히 한 것은 이걸 정면에서 뒤집는 것이며, 때문에 민심을 거스르는 오기(傲氣) 정치의 시작을 알린다.

오기 정치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발상에서만이 가능한데, 그 배경에는 자기 이념에 대한 독선적 태도가 깔려있다는 걸 이제 알 사람은 다 안다. 신재생에 몰두하는 에너지 정책은 선(善)이고 원자력은 악(惡)이라는 환경 운동권 도그마에 몰두하는 것이 문제다.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공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고리원전5·6호기 재개 59.5%, 중단 40.5%"라면서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 오기 정치는 잘못된 팩트에 근거하고 있어 더욱 유감이다. 새 정부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근거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들었지만, 그건 정부의 주장대로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이었다는 걸 온 국민이 안다. 국가가 앞장서서 광우병 같은 비과학적 괴담을 유포시키고, 그걸로 에너지 정책을 세운다는 것은 당혹감을 넘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원자력이 사양(斜陽) 산업이라는 것도 노골적인 사실 왜곡에 속한다. 원전 가동 31국 가운데 독자 모델 원전을 수출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등 6국뿐이다. 즉 독일 영국도 못 한 일인데, 국가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겠다는 어리석은 태도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다.

김이수 지키기도 결국은 오기 정치

문재인 정부의 오기 정치 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문제 역시 그 징후를 알렸다. 김이수는 이념 편향 논란 끝에 임명동의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부결됐던 사람이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한 것이라는 요소도 분명했다. 이 경우 대통령은 새 후보를 골라 국회 동의를 요청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국회에서 거부된 사람을 대행으로 계속 두겠다고 했다.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국회에 대한 반감(反感)도 작용했을 것이지만, 이는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을 대통령이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자, 헌재의 입장과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여론에 등 떠밀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헌법재판관 후보로 유남석 현 광주고등법원장(60)을 지명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조중동은 물론 경향신문 같은 좌파 언론도 새 헌재 재판관을 지명하는 게 순리라고 목소리를 냈음을 기억해보라. 기회주의 성향을 가진 언론은 바람만 불면 문재인 정부와 등을 돌릴 수 있고, 여론이 흩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오기 정치는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다. 본래 민심을 거스르는 오기 정치란 지지율이 낮은 정부가 조급증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인데, 문재인 정부는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 외려 자기 이념에 대한 집착만 버릴 수 있다면, 정책의 궤도 수정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새 헌재 재판관을 지명했듯이 에너지 정책도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치화된 탈 원전 문제'를 이젠 잠시 내려놓고 국가경쟁력과 에너지 백년대계의 차원에서 점검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집권 5개월을 갓 넘긴 상황에서 조정작업을 거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4년 반을 성공으로 이끄는 훌륭한 태도가 아닐까?

불행하게도 그걸 놓치고 고집을 계속할 경우 불행은 커진다. 문재인 정부를 넘어 국가사회적 부담으로 커질 수 있다는 걸 차제에 귀뜸해 드리려 한다. 요즘 세간에 나도는 얘기를 전한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는 포기이고, 국내정치는 오기인가? 그렇다면 국민은 반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관리하는 게 서로를 위해 현명하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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