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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LG, 신경전 보다 외부의 적을 봐야

2017-10-25 11:36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뜨겁다. 차세대 TV 기술을 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LG전자가 주도하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번인 등 화질 문제를 거론하면서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의 QLED TV가 실사용 환경에서 더 유리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LG전자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 88형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2~3년 사이 양사 TV 기술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양자점(퀀텀닷)을, LG전자는 올레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레드 TV의 생산은 없다”고 수차례 밝힌 만금 당분간 두 기술이 프리이엄 TV 시장에서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TV 시장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위,  LG전자가 2위다. 양 사 모두 디스플레이와 세트 제조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두 회사는 TV 신기술이 나올 때 마다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그 만큼 자사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언제까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 업체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중국 제조사들이 중저가 TV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와의 정면 경쟁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TV명가’ 소니가 약진을 하고 있다. 올해 올레드 TV를 출시한 소니가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도 나왔다.

조사 방식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만 훙하이 그룹을 등에 엎은 샤프와 파나소닉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앞으로 프리엄 TV 시장은 한일 양국의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77형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로 동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현재 TV 시장은 프리미엄 마켓에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고가 제품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TV는 다른 전자 제품과는 차별화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늘면서 시청시간이 줄고, 시장이 정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기술 선도 제품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하다.

최근 고가 TV 시장에서는 일본이,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이 세를 불리고 있다. ‘TV 코리아’는 협공을 받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 간의 신경전은 득 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0% 완벽한 기술은 사실상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TV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장점과 약점을 갖고 있다. 강점을 부각시키고 약점을 지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정싸움 때문에 혁신과 기술이 2순위로 밀리면 곤란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부보다는 외부의 적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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