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 속에서 수뇌부의 세대교체를 전격 단행했다. 각 부문 3인의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교체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미룬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증폭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회사 전반에 더욱 뚜렷하게 녹아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1일 김기남 사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을 각각 솔루션·부품(DS), 가전(CE), IT모바일(IM) 부문장을 각각 임명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3인 CEO는 모두 교체됐다.
김기남 삼성전자 신임 DS 부문장 사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앞서 DS부문을 책임져온 권오현 부회장이 용퇴를 결심했고, CE와 IM 부문은 이끌어 오던 윤부근, 신종균 사장도 이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인사를 단행하면서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에 이어 윤부근·신종균 사장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더 이상 후임 선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라며 “신임 부문장들은 일찍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폭넓게 경험을 쌓아온, 역량 있고 검증된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권오현 부회장이 지난 13일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부분인 인사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졌다. 50대 CEO를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새 판을 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김기남 사장(1958년생)과 김현석 사장(1961년생), 고동진 사장(1961년생)은 모두 50대다.
특히 3명의 신임 부문장은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김기남 사장은 반도체 분야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김현석 사장은 삼성전자 TV를 글로벌 1위로 견인한 인물이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일구며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 일류화를 주도한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김현석 삼성전자 신임 CE부문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 삼성전자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인물들이 전진 배치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세 명의 신임 부분장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접목해 왔다. 그러나 2014·2015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사장단 교체 폭을 최소화 했다. 이는 부친의 인사를 존중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는 ‘최순실 게이트’에 직격탄을 맞아 정기 인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3년 가까지 정체 상태에 있는 삼성전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장단 인사를 늦추기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인사 시점을 앞당긴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문장 인사가 마무리 된 만큼 조만간 삼성전자 임원 인사도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전면적 인사 쇄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철학과 색깔이 반영된 인사가 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신임 IM 부문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과거 미래전략실의과 같은 컨트롤타워 신설 등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견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알졌다. 그러나 향후 이에 대한 추가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들은 독립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계획 수립과 업무조정, 경영진단 등에서 문제점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전실의 순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법을 준수하는 가운데 계열사들의 업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총수 부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삼성의 시스템 강화가 첫 번째로 꼽힌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총수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과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