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코스피 지수가 연일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면서 빚을 내서까지 주식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함은 물론 일일 거래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이 당분간 증시 활황을 예측하고 있긴 하지만 무리한 투자에 대한 우려는 점증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지수가 상승가도를 달리면서 신용거래융자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개인고객)가 증권회사에 일정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주식매수 대금이나 유가증권을 빌려 주식을 매입‧매각하는 방법을 지칭한다. 신용거래융자가 늘었다는 건 쉽게 말해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선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일 대비 181억원 늘어난 8조 78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사상 최대치 신기록이 이어졌다. 연초대비로 따지면 1조 9738억원, 무려 29.0%이나 증가했다.
증시 활황은 일평균 주식거래대금 또한 급증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10조 409억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14.1%나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 11조 1763억원을 기록한 이래 2년 3개월 만이다.
문제는 신용거래융자와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의 증가가 ‘자산증식’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소위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주가는 9월말 대비 평균 0.58% 떨어졌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0.85%)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4.09%), 엔씨소프트(―8.18%) 등 순매수 상위 1∼3위 종목은 전부 하락했다. 반면 개인이 팔아치운 순매도 상위 10종목의 주가는 평균 14.60% 상승했다. ‘개미가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는’ 불운이 이어진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음에도 10년 전 호황 때와 같은 ‘개미 신화’가 전혀 유통되고 있지 않다는 게 최근 활황의 특징”이라면서 “주가는 오르는데 주변에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 지난 10월의 통계로 돌아오면 코스피 상승의 수혜는 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몫으로 돌아간 형세다.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 상위 10종목은 각각 평균 6.07%, 14.89% 상승했다. 호텔신라(34.54%)와 아모레퍼시픽(21.00%), NAVER(20.00%) 등은 20%~30%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조용히 수익을 거둬갔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