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올 3분기까지 판매 부진을 겪었던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장기화 되면서 파업 가능성 등으로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4월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분기는 완성차 업계가 연간 실적 달성을 위해 막판 판매 확대에 나서는 시기다. 따라서 각종 프로모션 등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업체들은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위협을 가하고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4분기는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시기"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노조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아 파업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존재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올 판매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중국시장에서 사드 보복 여파로 판매량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했고, 미국시장에서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에만 138만24대의 차량을 판매해 1·2·3분기(110만7300대·128만5800대·108만4674대)대비 실적이 월등히 좋았다. 올해는 연간 판매목표(508만대=내수 68만3000대+수출 439만7000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생산량이 '최저점'을 찍고 있어 지난해 판매 수준을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4분기 매출이 다른 분기보다 높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의 올해 내수판매 목표는 68만3000대로 10월까지 57만1683대를 판매해 목표치의 83.7%를 넘어섰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310만1811대로 목표치의 70%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조는 현대차에 임금을 올려달라며 연일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차 노조는 노동조합 7대 집행부 출범 이후 잠정 중단됐던 2017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도 별 성과없이 마무리됐다.
노조는 미국과 중국에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현대차가 오히려 국내공장 생산성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 국내공장 생산이 138만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가 증가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월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지난해 순이익의 30% 지급 △4차 산업혁명 및 자동차산업발전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 협상이 장기화되더라도 '졸속 합의'는 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부영 지부장은 노조 소식지를 통해 "지난 경영설명회는 국내공장 생산과 판매, 수출 증가를 확인시켜준 자리"라며 "중국발 사드의 영향으로 판매 부진과 미국 내 판매 부진 책임을 5만여 조합원들에게 물어서는 안될 것이며 조합원의 정당한 요구를 쟁취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지엠 노조가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보유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지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지엠 노사의 임단협은 지난달 13일 ‘통역사 논란’으로 파행한 이후 1개월 가까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8차 교섭때 노조는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424만7221원) 500% 성과급 지급, '8+8주간 2교대제' 전환 등과 함께 신차 출시와 같은 미래 전략안 제시를 요구했다.반면,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과 성과급 105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교섭대표가 선출되는 오는 14일 이후부터 임단협 재개에 나설 수 있어, 오는 20일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신차배정과 수익구조 개선 위한 물량 확대 요구에 대해 분명한 대답이 없다면 올해 투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한국지엠은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켜 이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사상 최고치인 19만4000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한국지엠의 10월까지 누적 판매는 11만176대로 목표치의 56.7%에 불과하다. 지난 9월에는 업계 판매 순위에서 쌍용차에 3위를 내주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한국지엠은 이같은 분위기를 타개하고자 지난 1일 올 뉴 크루즈 디젤을 출시했다. 신차 투입에 따라 그동안 부진했던 공장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경영 목표도 달성하겠다는 복안에서다.
하지만 현재 군산공장의 가동률이 20% 미만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신차 인도 시점도 당초 이달에서 다음달로 늦춰지면서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노조는 임금을 올려달라고만 할 때가 아니라 미래 생존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노조가 생산성과 품질에 충실할 경우 사측도 경영목표 달성이 수월해 지며 이를 위한 마케팅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