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업지원TF'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전략실 출신 정현호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한 가운데 해당 조직이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사장단은 각 회사 간 공통된 이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협의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조직을 삼성전자 내에 설치해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현호 사장(CEO 보좌역)을 책임자로 위촉했다"며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경영 쇄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거 삼성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했던 미래전략실은 최서원 국정 농단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지난 3월 해체됐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수감되는 등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이 같은 위기에도 삼성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리더의 부재에도 삼성은 건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호황은 수년 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와 기술개발을 감행한 총수의 '결정' 때문"이라며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미전실이 어떤 형태로든 부활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최근에는 미전실 출신 정현호 사장의 복귀로 "사업지원TF가 '미니 미전실'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더욱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전자 계열사 간 이슈 대응과 협력, CEO 보좌역할 등을 담당할 사업지원TF 조직이 과거 미전실의 역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미니 미전실'이 되려면 미전실이 담당했던 기본적인 기능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규모만 작은 것이어야 하는데 기능적으로 제안이 많다"며 선을 그었다.
사업지원TF가 과거 미전실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삼성전자 계열사 간의 '사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미전실이 마치 부정적인 조직인 것처럼 포장 된 것을 우려하며 "'미니 미전실'이라는 표현이 삼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이 부활했다', '해당 조직은 이 부회장의 친위조직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지원TF'를 계열사 간 업무를 지원해주는 지원조직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지원TF 신설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이야기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신설 조직과 연계해서 이슈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미래전략실의 존재가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사업지원TF'와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전략실은 정치적 소용돌이로 느닷없이 해체된 것일 뿐 미전실 자체가 잘못한 것은 없다"며 "미래전략실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 그룹이 지금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사업지원TF'가 미니 미전실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필요에 따라 조직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 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