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꽉 막혔던 속을 뻥 뚫어줬다.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꺾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두 골 맹활약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오랜만에 맛본 승리다. 3월 28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 1-0 승리 이후 6차례 경기에서 3무 3패로 부진에 허덕였던 대표팀이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4차례 경기에선 2무 2패를 기록했다.
그랬던 한국이 이날 콜롬비아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돼 있었다. 콜롬비아가 약한 팀도 아니다. 콜롬비아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13위로, 62위인 한국보다 무려 49계단 차이가 난다. 또한 콜롬비아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고, 러시아 월드컵 티켓도 무난하게 따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은 유럽 원정 평가전을 두 차례 치러 참담한 결과를 냈다.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졌다.
한 달 사이, 한국대표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겨두고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로 갑작스럽게 대표팀을 맡았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내리 0-0 무승부를 거두고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원하는 결과는 얻었지만 경기 내용이 기대에 못미쳐 신 감독은 본선 진출을 성공시키기도 칭찬 대신 비난에 시달렸다.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의 참담한 결과로 신 감독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었다. 당시 대표팀이 국내 K리거를 제외한 전원 해외파로 구성돼 최정예 멤버를 꾸릴 수 없었고, 전력의 핵심인 기성용은 부상으로 뛰지도 못했다. 손흥민도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다. 하지만 히딩크 논란과 맞물려 뜻밖의 '미운털'이 박힌 신 감독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다. 팀 정비를 해 다음에는 좋은 모습 보이겠다" 정도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신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진출 확정 후 모든 초점을 본선 무대에 맞추고 최상의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10월 평가전은 그러한 과정으로 가는 첫 출발이었고, 이번 콜롬비아전도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10월 두 경기 참패로 신 감독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고, 콜롬비아전 승리로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
다만, 신 감독이 구상했던 대표팀 만들어 나가기가 콜롬비아전을 통해 긍정적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승리다.
달라진 선수들, 그 선수들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도록 한 달라진 전술이 콜롬비아전 선전의 또 하나 주요 이유다.
한국은 손흥민의 두 골 활약으로 웃었다. 손흥민은 최종 예선에서 당했던 팔 골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쾌조의 컨디션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은 기성용의 기막힌 경기 조율로 웃었다. 기성용은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하면서도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면서 상황에 맞는 볼 배급으로 한국이 주도권을 쉽게 뺏기지 않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중원의 사령관'다웠다.
한국은 이근호 이재성 권창훈 최철순 김진수 등 투지로 무장한 선수들의 단합된 힘으로 웃었다. 특히 이근호는 마치 전성기로 돌아간 듯 전력을 다하는 플레이로 콜롬비아 수비진을 휘저었고, 손흥민의 선제골에 기막히는 패스로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재성 권창훈의 적극적인 공수 가담도 돋보였고, 김진수 최철순은 좌우 풀백 고민을 해결해줬다.
이렇게 선수들이 강한 압박으로 콜롬비아를 괴롭히며 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만든 전술도 이전과는 달랐다. 4-4-2 전형에서 손흥민을 이근호와 묶어 최전방에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 손흥민은 마치 소속팀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공격을 풀어가는 것처럼 이근호와 호흡을 맞춰 콜롬비아 수비진을 헤집었다. 이근호가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잡고도 마무리를 못해 골을 못 넣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이재성 고요한 기성용 권창훈으로 미드필더진을 구성한 것도 중원 장악이리는 좋은 결과로 나타났고, 좌우 측면의 김진수 최철순도 제 몫을 다했다.
한 달 사이, 한국대표팀은 이렇게 달라졌다. 정확하게 말해, 한국대표팀은 조합을 잘 맞추고 정신 바짝 차려 투지만 발휘하면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기본을 갖췄다. 아시아의 호랑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기분 좋은 콜롬비아전이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