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첫째는 건실한 운영으로 이익을 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기업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삶의 궤적을 함께한 그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기치로 삼성을 키워냈다. 삼성이 지금의 삼성이 아니던 그 시절에도 그의 신념은 굳건했다.
이 회장은 "기술혁신으로 좋은 상품을 남보다 먼저 만들고 수출과 고용과 소득을 늘리며 경영합리화로 잉여를 많이 올려 기업 확장의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 기업인의 본분이며 사회적 의무가 아니겠냐"며 기업의 '이윤창출'을 우선시 했다.
기업의 '이윤 창출'보다 '사회 공헌'에 초점이 맞춰지는 지금, 이 회장의 신념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옳았다. 삼성이 많은 이윤을 창출할수록 양질의 일자리는 늘어났고, 국민들은 획기적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게 됐다.
국내 최초로 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한 것도 그였다. 사원선발 면접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본인이 직접 했던 이 회장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사람이고, 또 그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만들어낸 '반도체 신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전자제품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 칩 하나 생산하지 못했던 1980년대, 이 회장은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에 도전한다.
당시 반도체 사업은 성공을 담보할 수 없었다. 즉각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고, 잘못하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반도체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누가 뭐래도 밀고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야말로 고독한 결정이었다. 그의 선택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싸늘했다. 삼성이 64KD램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냉소가 암암리에 들려왔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사업을 추진했고, 같은 해 64KD램 개발을 성공시켰다.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 번째 개발이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매 분기 최대 실적을 내는 글로벌 기업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이윤 기회로 포착하는 능력을 우리는 '기업가정신'이라 부른다. 보통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기업가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늘 도전을 감행한다. 이 같은 기업가정신이 경제 성장에 이바지함은 물론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
모두 다 불가능하다고 할 때 과감한 도전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이 회장의 '기업가정신'은 그래서 위대하다. 이 회장의 '선견지명'이 없었다면 오늘 날의 삼성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자리를 이어 받은 이건희 회장의 공헌도 컸다. 하지만 성장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병철 회장의 공헌은 지대하다.
17일 이 회장의 3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79년 전 직원 40여명과 3만원(약 35억원)의 자본금으로 '삼성상회' 간판을 내걸던 그의 마음을 되새겨 본다. 위대한 기업가가 많아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이병철 회장의 신화가 계속 돼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