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대·기아차가 이르면 12월 셋째주 치러질 정기인사를 앞두고 '초긴장' 분위기다. 지난 10월부터 중국과 미국 판매 수장들을 교체하는 등 글로벌 조직개편과 맞물려 국내사업부도 어느 정도의 인적 쇄신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19일 현대·기아차 안팎에서는 이번 연말인사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영부문의 일부 '물갈이 인사' 단행이 유력시 되고 있다. 오는 2018년 단계적으로 글로벌 주요 사업 현장에 권역별 '자율 경영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인 만큼 본사의 역할과 기능도 일부 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말인사를 통한 추가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올해 그룹전반의 '수시 인사'로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현종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부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고 백현철 기아차 중국법인 부사장과 안영진 현대차 인도법인 상무도 회사를 떠났다.
국내 부문도 책임 인사가 진행됐다.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던 서춘관 마케팅사업부장 이사와 서보원 국내마케팅실장이 지난 10월말 나란히 사표를 제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회사를 상징하는 핵심 부서인 국내영업의 책임 인사가 단행된 것은 결코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해석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연말 인사태풍이 거셀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처럼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인사에서 규모가 전년 대비 5.4% 감소한 총 368명 규모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미국 사업은 판매 부진과 조직 개편이 겹쳐 있는 만큼 추가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최근 토요타 출신 베테랑인 브라이언 스미스를 미국 판매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으로 영입한 점도 후속 인사 가능성을 내포한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 권역본부가 내년 초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판매·생산법인 인사 구성이 바뀔 수도 있다. 여기에 또 지난달 30일자로 퇴사한 현대차 인도법인(HMI) 안영진 델리사무소장(상무) 후임도 누가 될지 주목된다.
중국 사업은 조직개편을 감행 후 판매실적 개선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6월 100여명 규모의 '중국 시장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데 이어 7월에는 중국 상품전략과 연구개발 업무를 통합한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신설해 중국시장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9월에는 중국 판매법인인 베이징현대 총경리에 담도굉 부사장을 임명한 이후 중국 실적이 호전됐다.
국내의 경우 판매부문과 생산부문에서 인사가 유력하다. 내수 부문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내수판매를 보면 현대차는 57만1683대로 전년 누계 대비 7.9% 증가했지만 기아차는 42만6021대로 2.4% 줄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해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도 인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차든 기아차든 노사간 임단협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점은 비슷해 '신상'보다는 '필벌' 인사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아차는 국내마케팅실장 후임으로는 지난 10월 말 승진한 이태훈 이사대우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그룹에서는 “모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이미 그룹 방침과 회사 사정을 감안해 임원 숫자를 줄인 최종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이를 다각도로 검토해 마무리 작업 후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경영부문과 달리 R&D·디자인 부문은 보수적 인사가 예상된다. 특히 디자인 부문은 글로벌 인재 영입을 통한 전담 배치가 완료된 상황이어서 추가 인사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이례적으로 글로벌 전문가 7명을 영입한 바 있다. 현대차는 6월 사이먼 로스비 중국디자인담당 상무를 영입했고, 안드레아스 크리스토프 호프만 유럽법인 마케팅·제품담당 상무가 합류했다.
BMW M브랜드 플랫폼 개발을 주도했던 파예즈 라만 제네시스 아키텍처 개발실장 상무가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하며 기아차는 9월 피에르 르클레어 디자인센터 스타일링담당 상무, 10월 올렉 손 중국기술연구소 기아차 디자인담당 상무를 차례로 영입했다.
올해부터는 부가티 출신의 알렉산더 셀리파노브도 제네시스 유럽디자인팀에 합류했다.
연구개발조직의 핵심은 올초 신설된 전략기술본부다. 전략기술본부는 외부인사 영입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큰 폭의 변화보다는 당분간 안정적인 기조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임원인사는 매년 12월 셋째주 이뤄졌지만 올해는 노조문제와 실적악화 등의 문제가 산적해있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에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해를 넘긴 올 2월 정기 임원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