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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다이빙벨 투입 간청 jtbc 손석희 비난 뭇매

2014-05-05 09:5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곽경수 전 청와대 춘추관장(언론학박사)
이종인의 허풍에 구조대 유가족 농락당해

세월호 참사 이후 투입 논란을 일으켰던 다이빙 벨이 마침내 구조현장에 투입되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다이빙 벨 투입을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던 알파잠수기술의 이종인 대표는 구조작업이 실패로 끝나자 ‘기대를 저버려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다이빙 벨 투입을 마지막 희망이라고 여겼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종인 대표가 배안에 있는 어린 학생들을 두고 장난을 친 것 밖에 안 된다며 분개하고 있다. 일부는 이 대표에 대해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제 다이빙 벨 실패의 화살은 다이빙 벨의 투입을 강력히 주장했던 JTBC로 향하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이틀째인 4월 18일 이종인 대표를 스튜디오로 초청해 인터뷰를 하며 다이빙 벨 논란을 촉발시켰던 JTBC 뉴스9의 손석희 앵커 겸 보도부문 사장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해 여론을 호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구조작업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MBC 라디오 ‘시선집중’을 13년 동안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토론 사회자로 평가받던 손석희 앵커가 이번에는 왜 제대로 핵심을 짚지 못했을까. 이종인 대표와의 인터뷰에서는 도대체 왜 MBC 시절의 그런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것일까. 4월 18일 JTBC 뉴스 9에서 손석희 앵커가 이종인 대표를 상대로 진행하였던 인터뷰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짚어보았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대표겸 앵커. 손석희 앵커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 이종인과의 부실한 인터뷰로 다이빙벨 투입을 요청하는 듯한 인터뷰를 진행해 뉴스신뢰성을 추락시켰다.

손석희, 다이빙벨 장점만 부각, 최선의 장비인양 호도
총 10분 10초간 진행되었던 이 인터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다이빙 벨의 장점에 대해 설명한 첫 부분(3분 10초)과, 해경의 공기주입지점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는 등 구조에 대한 조언이 포함된 두 번째 부분(4분 40초), 그리고 다이빙 벨 투입을 요청하는 마지막 부분이다(2분 20초). 먼저 다이빙 벨을 언급한 첫 부분에서 손석희 앵커는 다이빙 벨의 우수성을 전제하고 질문을 시작하는 등 첫 3분 10초 동안 다이빙 벨의 장점만을 부각해 시청자들에게 다이빙 벨이 최선의 구조장비인 것처럼 인식시켰다.
 

이어 두 번째 부분에서는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해경의 문제점에 대해 이종인 대표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이종인 대표를 우리나라 최고의 구조전문가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다. 즉, ‘해경의 공기주입지점이 잘못되었다’, ‘리프트백의 설치도 문제다’, ‘작업이 하루에 20시간이 계속된다면 2~3일이면 3,4층 화물칸 수색이 끝날 거다’라는 이종인 대표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이종인 대표가 최고의 전문가이고 그가 다이빙 벨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하면 구조작업이 빨리 진행되겠구나라는 환상을 불어 넣어주었다.
 

사기꾼 이종인 "하루 작업 20시간할 수 있다" 황당주장에 놀아나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에서 손석희 앵커는 다시 한번 다이빙 벨을 언급하며 투입을 요청하는 듯한 질문을 해 이종인 대표와 다이빙 벨에 대한 시청자의 잘못된 환상을 더 강화시켜주는 우를 범했다. 정리하면, 손석희 앵커와 이종인 대표와의 전체 인터뷰 구성은 1. 다이빙 벨의 장점 부각, 2. 이종인 대표의 구조전문성 강조, 3. 다이빙 벨 구조 요청이라는 수미쌍관식 인터뷰 구성을 함으로써 이종인 대표와 다이빙 벨의 결합이 최선이라는 점을 은연중 시청자에게 심어주었다.
 

이러한 인터뷰 구성을 JTBC 제작진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 인터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으로 저명한 인물이 출연했을 경우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인터뷰 등에 서나 볼 수 있는 구성형식이다. 따라서 이번 인터뷰의 목적이 다이빙 벨의 성능과 효과에 대한 것이었다면 다이빙 벨 한 주제에 집중하는 인터뷰 구성이 훨씬 바람직했을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MBC시절 ‘시선집중’에서 이종인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면 아마도 이렇게 부실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이빙벨 우수성 인정하고 질문, 시청자에게 선입견 갖게 해 
손석희 앵커와 이종인 대표간의 인터뷰는 구성에서도 문제였지만 각각의 질문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다이빙 벨을 언급한 첫 부분에서 손석희 앵커는 첫 질문으로 “다이빙 벨을 제가 들은 바로만 말씀드리자면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기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라며 다이빙 벨의 기술이 뛰어난 것이라는 전제하에 질문을 시작하였다.
 

앵커가 다이빙 벨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질문을 시작하니까 시청자들은 다이빙 벨이 앵커도 인정하는 뛰어난 기술이구나라는 선입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아주 잘못된 질문 방법이다. 앵커의 선입견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일 ‘시선집중’ 시절이었다면 손 앵커는 아마 “다이빙 벨이 어떤 기술이냐”고 먼저 질문했을 것이다. 이어 상대방이 다이빙 벨이 20시간 이상 잠수가 가능한 기술이라고 대답하면 일반적으로 잠수시간이 15분 정도라는데 어떻게 20시간이 가능한지, 20시간을 물속에서 견딜려면 공기 주입은 어떻게 하는지, 20시간 동안 일한 잠수사가 잠수병은 안 걸리는지 등 다이빙 벨의 기술을 평가하는 일련의 질문을 계속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이빙 벨에 대해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시선집중’에서 정치인들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 JTBC 보도부문 사장겸 뉴스앵커 손석희씨가 사기극으로 끝난 다이빙벨을 운영하는 이종인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손석희 앵커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다이빙벨이 최선의 구조장비인양 선입견을 갖고 질문을 하고, 구조작업에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구조작업에 악영향을 주고, 여론도 호도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손석희가 신생 종편 보도부문 책임자로서 좌파및 진보진영 인사들 중심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시청률을 올리려 무리수를 뒀지만, 뉴스신뢰도는 추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는 아무리 다이빙 벨 안에 있더라도 잠수사가 20시간 잠수해 활동은 못한다. 세월호가 침몰된 수심 30미터에서 수압은 4기압이나 되고 다이빙 벨 안의 공기 부피도 4분의 1로 줄어 밀도는 4배가 된다. 이런 압축 공기를 오래 마시면 질소가 흡수됐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혈액에 녹아들어 질소마취가 되 잠수병에 걸리게 된다.

결국 다이빙 벨 실패이후 이종인 대표는 한 잠수사가 연속해서 20시간 동안 구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었다. 손석희 앵커가 좀 더 준비하고 질문했더라면 이종인 대표의 그리고 다이빙 벨의 잘못된 점을 발견해 이런 실패는 미리 막았을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언제 활용되었나’라며 활용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고, ‘70m, 100m 때도 사용을 했다’고 대답하자 ‘이 경우는 70m는 안되는(곳이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네요)’이라며 질문을 마쳤다. 이 때 수심 100m에서 실제 사용했다면 그 당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 다이빙 벨 사용 경험과 관련한 질문을 좀 더 했더라면 시청자들이 다이빙 벨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100m에서도 경험이 있다는 대답을 앵커가 검증 없이 수용하니까 시청자들은 세월호가 침몰된 곳은 30m 정도 밖에 안되니까 다이빙 벨만 투입하면 구조 작업이 한결 수월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을 것이다.

구조당국에 다이빙 벨 채택하라는 간접 압력 행사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으로 ‘그래서 그걸 건의를 해보셨습니까’ ‘아직 채택은 안되고 있다, 그런 말씀이신가요‘를 연이어 하며 이번 구조 작업에 다이빙 벨을 왜 채택하고 있지 않은지 강한 의구심을 표시해 구조당국에게 다이빙 벨을 채택하라는 압력을 행사하였다. 다섯 번째 질문으로 유속 문제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해경구조대의 공기주입지점으로 질문이 바뀌었다. 만일 유속 문제를 다이빙 벨과 연결시켰다면 다이빙 벨의 문제점이 더 잘 드러났을 것이다.

이종인 대표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이빙 벨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유속에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했지만 다이빙 벨은 사이즈가 커서 오히려 유속에 휩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특히 맹골수도는 유속이 6~7노트라 추를 달아 무겁게 하더라도 덩치 큰 다이빙 벨이 고정될 수 있을 것인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손석희 앵커는 더 질문을 했어야 했다.
 

또 하나 다이빙 벨은 기본적으로 시야가 많이 확보된 곳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다이빙 벨의 출입구가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호가 침몰된 곳은 20c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안 좋은 곳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 다이빙 벨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도 질문했어야 했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질문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다이빙 벨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장비를 가지고 계시면 혹시 가시면 안 됩니까’라고 질문했는데 이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요청에 가까웠다. 이는 이종인 대표가 다이빙 벨을 갖고 구조작업에 참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국민들을 위해 꼭 구조 작업에 참가해 달라는 간청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러한 질문은 인터뷰에서 사용할 질문이 아니다. 손석희 앵커가 ‘시선집중’ 시절이었다면 결코 사용하지 않았을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청률 상승 노린 부실인터뷰  무리수
그러면 우리나라 최고의 토론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손석희 앵커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우선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 JTBC 뉴스9 간 제작여건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불러 왔을 수 있다. MBC 시선집중은 전체 길이가 105분인 라디오 프로그램이기에 그 중간에 들어가는 인터뷰는 길이나 내용 등에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또 손석희 앵커는 이 프로를 13년 동안 진행하였기에 그동안 쌓인 노하우로 매끄러운 진행 뿐 아니라 다양하고 날카로운 질문도 가능했을 것이다.

   
▲ 전혀 검증되지 않은 다이빙벨. 이종인 알파잠수기술 대표는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하루 20시간씩 잠수하면서 구조작업을 2~3일안으로 마칠 수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 하지만 다이빙벨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채 철수하면서 국민들을 농락했다. 이종인은 황당한 대국민사기극만 연출하고, 실종자 유가족들을 두번 울리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JTBC 뉴스9의 인터뷰는 다르다. 소위 ‘깡통뉴스’를 지양한다며 손석희 사장이 앵커를 시작하며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시작한 새로운 포맷이다. 따라서 노하우도 쌓이지 않아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JTBC의 모든 뉴스를 책임지는 보도부문 사장을 겸하고 있어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번 부실 인터뷰의 가장 큰 원인은 신생매체로서 자신이 맡고 있는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민의 관심을 끄는 대형사고의 발생은 뉴스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약간의 무리수를 두더라도 시청률을 끌어올리면 지상파에 버금가는 뉴스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다.
 

실제로 JTBC ‘뉴스9’의 시청률을 보면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기 이전에는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손석희 사장이 앵커를 맡은 지난해 9월 16일부터 시청률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12일에는 2.9%까지(닐슨 코리아) 오르는 등 종편 뉴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청률 상승은 JTBC 뉴스의 전략 - 좀 더 진보적인 색채, 삼성에 대한 비판 기사, 중앙일보와 다른 입장 등-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이빙 벨 부실 인터뷰 사건도 JTBC의 이런 전략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보여진다. 젊은 층에서 요구하는, 진보들이 요구하는 뉴스에 부합하다 보니 천안함 사건 발언 등으로 진보쪽에서 인기가 있던 이종인 대표와 인터뷰 한 것이다. 거기에다 다이빙 벨이라는 새로운 구조방식이 있다니 뉴스가치가 있었으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시청률을 올리는 데는 성공을 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주일째인 4월 29일 방송된 JTBC ‘뉴스9’ 시청률은 5.4%(닐슨 코리아)를 기록해 지상파인 MBC ‘뉴스데스크를 따라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JTBC뉴스는 시청률은 올리는 대신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뉴스의 신뢰도를 저버렸다.
 

JTBC 진보뉴스 치중,시청률 올렸지만, 신뢰도는 저버려

방송사의 스테이션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받는 뉴스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메인 뉴스는 시청률을 올리는데 다른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그 노력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공정성이나 신뢰성 유지이다.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뉴스는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가십이나 루머에 불과하다. 따라서 시청률과 신뢰를 맞바꾸는 어리석은 일이 다시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곽경수 전 청와대 춘추관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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