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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삼성전자 현대차 CEO 전과자 만든다

2014-05-05 16:5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국회 환노위 노사정소위 논의 동향과 향후 전망

지난 2월 14일, 국회 환노위가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결정했을 때,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현안에 대해 노사정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 때문에 이미 오랜 시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던 문제를 소위원회를 만든다고 갑자기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었다. 결국은 노동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경영계는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한국노총이 노정 대화 단절을 선언한 이후,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해 노사정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닫혀버렸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라도 노사정이 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또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대화를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4월 17일, 노사정 소위는 별다른 소득 없이 활동을 끝냈다. 소득이 있다면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노사간의 매우 큰 이견을 확인했다는 것 정도다.

논의 종료 이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환노위 위원장을 항의방문 하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소위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정부와 경영계의 잘못된 주장과 고집 때문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대화 창구가 꾸려지고, 추가 요구사항이나 대화 참여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매우 선명한 주장만을 되풀이 하다가 합의 결렬의 책임은 상대방에 있다고 규탄한다. 어디선가 본 듯하고 익숙한 패턴이다. 처음부터 합의에는 관심이 없었고 선전에만 집중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노위 노사정 소위가 타협점에 이르지 못한 것이 오로지 경영계의 잘못이라거나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는 노동계의 비난은 적절치 못하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태도는 책임 있는 대화 주체로서 성숙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노사정 대화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도 무작정 비난을 받을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에 있어서 정치권의 역할은 새롭게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대화의 주체가 되어 모든 이슈를 장악하고 결론을 내리려 하기보다는, 노사정 사이의 대화가 더욱 원활히 진행되고 생산적인 대안에 다가갈 수 있도록 객관적인 위치에서 적절히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대화는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구성원들의 힘과 집중력을 소진시키는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었다. 그래도 노사정은 다시 만나고 다시 대화해야 한다. 한 번 대화했으니 체면치레는 했다고 새로운 대화를 단념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조금 더 마음과 귀를 열고 선전이 아닌 대화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소위는 지난 2월, 최근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노동 현안에 대해 노사정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에서 구성되었다. 국회 환노위 위원장은 양 노총의 불참선언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가 노사정 대화에 다리를 놓고자 한다고 구성 취지를 설명하였다. 경영계도 소위가 알찬 결실을 거두기를 희망하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밝힌 바 있다.

   
▲ 근로시간 단축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국내에 연구개발인력이 많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인력운용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연구개발직은 정해진 시간안에 신제품과 디자인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형사처벌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회 환노위는 대기업들의 특성을 감안해서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노사정소위는 주요 현안에 대한 패키지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국회는 마지막 회의 후 브리핑에서 “노사간 입장차를 구체적인 부분까지 확인했다”고 밝히며 국회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음을 자인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일수록 정치권이 논의를 강제하기 보다는, 노사정간에 자율협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꼬집기도 하였다.

노사정소위는 2월 14일 구성된 후 약 2달간 대표자회의 5회, 대표교섭단회의 5회, 2일에 걸친 공청회 등을 진행하였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노사․노정관계 개선 등 3가지 의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였다. 환노위 소속 의원 4명과 고용노동부가 참여하였으며, 노동계는 한국노총, 경제계는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표로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지원단이 자문단 역할을 하며 의견을 제시하였다.

근로시간 단축 : ‘주 52시간 + α’를 놓고 최종 합의 결렬

이번 노사정소위에서는 특히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근로시간 단축은 주요 정당의 당론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최근 몇 년간 논의가 진행됐으나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 근로자 소득감소 등의 부작용이 지적되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였다.

   
 

노사정은 이번 소위를 통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한도에 포함시켜 근로시간 한도를 1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연착륙 방안을 놓고 입장차가 워낙 커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하였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여당, 경제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혼란과 기업의 경쟁력 저하, 근로자들의 소득감소 문제 등을 감안하여 완충적․보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주 52시간 원칙을 견지하는 노동계의 반대로 더 이상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특히 1주 52시간 한도 외에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노사 간 이견이 매우 컸다. 경제계는 근로시간 운용상 최소한의 탄력성 확보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가연장근로 허용을 강력히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를 무색케 하는 조치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원단은 근로시간 한도를 주 52시간으로 줄이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여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거나, 연장근로한도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기 유예와 기업규모별 단계적 시행,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근로시간특례업종 축소, 연속휴식시간제 도입, 사무직․전문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 필요성,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 되었다.

노사정소위에서 언급된 주요 쟁점에 대한 각계 입장은 다음 <표>와 같다.

   
 

당초 정부와 여당, 그리고 환노위는 노사정소위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여 4월 임시국회 내에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동계가 어떠한 타협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불발되고 말았다.

 

통상임금 : 각 계의 의견 난립 속에 입법신중론 제기

통상임금에 관한 입법 논의는 작년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진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지금까지의 노사 관행과는 다소 다른 통상임금에 관한 정의를 정립하였다. 그동안 노사는 수십 년 간 정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 예규에 따라, 1개월 내 지급받는 기본급 등에 한하여 통상임금으로 보는 것을 전제로, 각종 다양하고 특별한 수당 등을 신설하여 임금의 수준을 결정해왔다. 따라서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작년 대법원 판결은 혼란의 신호탄이었다고 할 수 있다.

   
▲ 현대차 경영진이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현지 전략판매용 ix25콘셉트카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노사정소위를 통한 입법 논의는 매우 더딜 수밖에 없었다. 우선 정부는 법률에서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후, 시행령에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규정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통상임금 결정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히자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법원에서 제시한 재직자 지급요건을 배제하여, 오히려 대법원 판결보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늘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이와는 달리 경제계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개월 내에 지급될 것’을 통상임금의 요소로 규정하자고 주장하였다.

이렇듯 첨예하게 대립하고 엇갈리는 논의과정에서 통상임금 입법 논의는 소득 없이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과연 통상임금을 법률로 명시하여 국가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강제하는 것이 적당하냐는 회의론마저 제시되었다.

한편 지원단은 노사의 합의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조항을 두어 노사의 자치적 해결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노사․노정관계 개선 : 노동계 요구안을 중심으로 논의

노사및 노정관계 개선은 소위 구성 당시에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한국노총이 의제에 포함시켜 줄 것을 조건으로 소위에 참석하며 추가되었다. 한국노총은 3월, 노동기본권에 관한 7대 의제를 논의하지 않을 경우 소위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① 경영상해고 남용 규제, ② 근로시간면제 및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③ 특수형태종사자 보호, ④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선, ⑤ 초기업단위 교섭 촉진 및 협약적용률 확대, ⑥ 교사 공무원 근로3권 보장, ⑦ 무분별한 손배및 가압류 제한 등 7개의 주제를 소위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경제계는 일자리 창출과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9대 의제를 선정하고 균형 있는 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소위에서는 한국노총의 7대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4월 9일에 있었던 공청회에서도 경영상해고 요건 강화와 손배․가압류 제한,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선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특히 경영상해고에 대해 정부는 해고회피 노력의무 명문화 등 일부는 법 개정이 가능하다고 수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당도 최종적으로 해고회피노력의무, 근로자대표와 성실협의의무 같은 절차적 요건을 강화하자는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입법에 도달하지는 못하였다.

공청회 당시 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과도하게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하는 것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손배 가압류 남용 방지에 대한 권고안’이 의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또한 노사정위원회에 ‘노정관계 개선 특별위원회’를 운영하도록 권고하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관련 법안 4월 임시국회 통과 무산, 향후 전망은?

이제 노동현안을 둘러싼 공은 다시 노사정으로 넘어갔다. 본래 노사정소위는 합의되지 않은 사항은 노사정위원회에 이관하는 것을 전제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정위원회는 연초에 ‘임금, 근로시간 특위’를 발족하여 임금, 근로시간, 사회안전망 등을 포괄하는 패키지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노동계의 참여 여부가 향후 위원회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4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이기로 결정하고, 노사정위원회 불참 방침을 다시 확인하였다.

또 다른 변수는 사법부이다. 현재 휴일근로 중복할증 여부에 관한 다수의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일부 하급심에서는 1주간 근로시간 한도는 52시간임을 전제로, 휴일근로 시 휴일근로가산 외에 연장근로가산까지 중복할증하여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정부의 행정해석, 장기간에 걸친 노동관행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대법원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근로시간 단축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수십 년 간 유지됐던 정부의 행정해석을 부정할 경우,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이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6월부터는 19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다. 새로운 환노위 구성 하에서 입법 논의가 재개될 것이다. 후반기 환노위에서는 신규 제도가 산업현장에서 미칠 수 있는 충격을 충분히 검토하여, 합리적 보완방안과 함께 법안 심의를 진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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