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보고 있자니 답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 임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태도 말이다. 어떻게든 이 부회장의 죄를 늘려보려는 특검의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지난 23일 진행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특검은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물산 상무에게 "물산의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왜 미르재단에 후원했냐"는 취지의 질책을 이어갔다. 원심에서 '무죄'를 받은 미르재단 건이 '유죄'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신문이었다.
박영수 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증인은 "정부의 요청이었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하는 것이었기에 '공익'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후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특검은 해당 행위가 삼성물산의 이윤창출로 이어지지 않았으니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검은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이윤과 최소한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야 정당화된다고 이해가 되는데 맞냐"고 물었고 증인은 "그런 것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회사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검의 입에서 기업의 이윤 이야기가 나왔다. 마치 기업의 본질을 이해한 듯 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이다.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이윤창출과 무관한 기업의 모든 사회공헌 활동을 금지시켜야 지당하다.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김치 담그기,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리는 도시락, 겨울이면 행해지는 연탄 나르기 봉사 모두 당장의 이윤과 관계없는 행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고 외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미르재단 역시 금액의 규모는 다르지만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루어진 행위다. 어디 미르재단 뿐일까. 멀게는 여수세계박람회, 가깝게는 평창동계올림픽 후원까지 같은 선상에 있는 활동이다. 때문에 미르재단을 두고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특검의 지적은 이상하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론이 존재한다. 하나는 이윤을 극대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가 개선되니 사회공헌 역시 일종의 투자행위라는 이론이다.
특검이 '기업의 사회 공헌이 투자행위'라는 전제 하에 이 같은 질문을 한 것이라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못 짚었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당장의 이윤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차라리 반기업 정서를 표방했다면 일관성은 있었을 것 같다. 난데없이 기업의 본질은 이윤 창출이라는 논리로 사회공헌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불편했다. 더욱이 사회공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최악'이다.
'세기의 재판'을 운운했던 특검이다. '법치'는 없고 '감정'만 앞세운다는 오명에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까지 추가됐다. 기업인을 수사하는데 기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법조인이라니, 이만한 비극이 또 있을까. 부끄러운 일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