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오는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감산 연장에 러시아가 합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조선·화학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배럴당 0.93달러 오른 58.95달러에 거래됐다. 영국 선물거래소에서는 북해산브랜트유 1월물이 전날 대비 0.31달러 오른 63.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조선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해양자원 개발 수요 증가로 이어져 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플랜트 등 해양생산설비 발주가 늘어난다.
제작했으나 인도되지 못한 드릴십(해저 유전 탐사 장비) 처분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미국 트랜스오션사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을 당초 일정보다 조기에 인도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60달러대로 높아지면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계의 주가도 함께 오른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며 "감산 연장을 통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화학업계가 오는 30일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 연장이 결정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사진=한국석유공사
반면, 석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화학업계는 납사를 비롯한 원가 부담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월 톤당 800달러를 상회하던 에틸렌 스프레드(수익성 지표)는 지난달 50달러 가량 하락했다.
유가상승의 장기화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제조하는 설비(ECC)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서면 ECC의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은 원유수요 감소·미국 셰일오일 생산 증가·원유재고 증가 등의 효과를 야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유로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각각 10만배럴 가량 낮게 전망한 연간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셰일 오일 생산량이 12개월 연속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 석유협회(API)는 지난주 미국 내 원유재고가 3월말 이후 최대 수준인 651만배럴 증가했으며, 수출규모도 지난 1일 기준 역대 최대인 213만3000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관계 등의 이유로 원가 부담이 증가한다고 해도 제품 가격을 그에 맞춰 바로 올리기 쉽지 않다"며 "국제유가 상승은 화학업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오르자 미국에서 셰일가스 시추기가 늘어났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안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