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임금 및 단체협상에 난항을 거듭하던 현대자동차가 또 다시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 27일 코나를 생산하고 있는 울산1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는 노조 파업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올해 1조원대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노조 파업으로 8000억원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현대차는 올해 약 4만대 생산차질로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3년(2조2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그에 못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코나 하반기 미국 수출 '빨간불'
임금협상을 두고 현대차 노사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교섭에서는 치열한 공방만 벌인 채 별 소득이 없이 끝났다. 노조는 다음달에도 파업을 비롯한 강경 투쟁을 준비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앞서 지난 24일 1공장 노조 일부 대의원은 코나 투입과 엑센트 디젤모델 증량 협의과정에서 생산라인 내 창문을 설치해 줄 것과 함께 협력사 물품을 1공장 공정으로 회수하자는 등 협의와 무관한 사항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행동이 협의권 남용이라고 보고 협의 지연을 막기 위해 지난 24일 오전부터 코나를 1공장 12라인에 투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의원들과 회사 관리자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관리자 2명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노조의 행위는 관련법상 정상적 작업지시를 거부하는 태업으로서 엄연한 불법행위"라며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사규와 법률에 의거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손실을 감수하며 8차례에 이르는 파업을 감행했다. 최근 2번의 파업을 포함하면 올들어 총 10차례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약 4만대의 생산과 1조억원 이상의 매출 차질을 본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진정성 없는 실무협의에 쐐기를 박고 17년 단체교섭 연내 타결을 위해 오늘부터 상무집행위원 출투 및 철농을 시작으로 사측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추가 파업을 감행할 경우 올 4분기 현대차 판매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8월 유럽 수출에 이어 12월 미국 수출을 앞둔 코나의 주문량을 공급하는 데 가장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나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며 올해 수출 목표는 4만1000대로 잡았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한 219만7689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 영업이익률 순위에서도 지난해보다 5계단 떨어진 9위로 내려앉았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오른쪽)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지난 10월 3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임단협 교섭 재개를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아차도 파업확산 전운...통상임금 등 부담가중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기아차 파업 확산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8월말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대형 악재로 작용해 기아차는 적자 상태에 빠졌고 부품협력사들도 위기감을 호소하고 나선 바 있다.
기아차는 현재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에 따라 지난 9월25일 이후 잔업을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잔업수당과 특근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 후폭풍에 따른 임단협 연내 타결도 어려워졌다.
노조는 지난 15일 사측에 교섭 재개 공문을 보내면서 ‘잔업 복원’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존 잔업중단·특근 최소화 방침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임단협 연내 타결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또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는 점도 회사에는 부담이다.
이와 관련 완성차업계는 "지금은 노사 모두 뜻을 모아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노조의 협조를 재차 당부했다.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왔던 대로 명분 없는 파업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 납품업체와 지역경제 나아가 국민경제에 악영향이 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 해달라는 것이다.
한편 코나 생산이 무기한 중단된 현대차는 연내 목표달성을 위해 노사 합의가 선결돼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파업은 차량 품질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전량 수출되는 코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원만한 해결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