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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델타 JV 가시화, 시장지배력 강화 '운임인상' 우려

2017-12-05 16:01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대한항공이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태평양 노선에 대한 운임 인상 등 시장지배력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설립은 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사는 지난달 21일 태평양 노선의 JV 설립과 관련, 미국 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후 국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 태평양 노선에 대한 조인트벤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이어 6월말 본계약 체결 후 5개월만에 이룬 성과며, 국내에서는 공정위의 심사와 국토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게 되면 양사는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23개 노선(대한항공 11개·델타항공 12개)을 공유할 수 있고, 중복 노선을 제외하면 총 21개 노선에 대한 공동영업이 가능해진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소비자 편익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사는 복수의 노선을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함으로써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스케쥴 선택 폭이 넓어질 뿐더러 탑승권 인하와 마일리지 공유도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이원구간에 대해서도 편리한 노선 운용이 가능해져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조인트벤처로 인한 소비자 편익 증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운임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올 상반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보유한 12개 노선(휴스턴 포함) 중 8개 노선의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공급석 기준으로는 전체 중 58.2%를 차지한다. 이 중 5개 노선(인천~디트로이트, 애틀란타, 휴스턴, 워싱턴, 라스베가스)은 양사 점유비가 100%다. 

그동안 항공사들의 조인트벤처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수송객 증대로 소비자보다는 항공사가 이익을 챙겼다. 

지난 2011년 조인트벤처를 실시한 전일본공수-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승객 수송 증가로 시장이 5% 증가했지만 평균 운임이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시기 진행된 일본항공-아메리칸항공 조인트벤처 체결 이후에도 시장이 14% 확대됐다. 

이는 곧 조인트벤처가 해당 노선의 경쟁 활성화 저해 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독점적 가격 결정권 구사할 수 있다는 점, 양사간 노선 공급조절을 통한 가격 상승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대한항공은 운항 노선과 편수가 많아 운임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인트벤처를 통한 영업은 수월해질 수 있지만 특정 구간 점유율이 급증해 항공사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요인이 사라져 오히려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직항 노선에 대해 '독점규제면제(Antitrust Immunity)'를 인정해 준 경우 가격이 인상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업계에서 경쟁사가 1개 줄어들수록 평균 운임이 약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A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경쟁력을 가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 가격상승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한미 노선은 항공자유화 협정에 따라 운수권 설정이 제한되지 않는 만큼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는 독과점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대한항공은 또 아직 공동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만큼 운임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고객의 노선 및 스케쥴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고 또 이원구간 노선의 경우 델타항공과 합작 사업시 기존에 활용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평균 운임이 내려간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인트벤처를 통한 여객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평균 운임 인상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한미 노선 공동 사업권을 승인할지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다. 국내 첫 항공사 조인트벤처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를 마무리 후 심사보고서 발송 후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후 60일 안에 국토부 최종 승인을 받으면 양사는 국내외에서 공동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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