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여당 뜻대로 대부분 관철된 데는 국민의당 협조가 상당 부분 작용해 존재감은 다당제에서 두드러졌다.
정부의 공무원 증원에 대해 강력 반대해오던 국민의당이 선거구제 개편과 지역구 예산 편성을 보장받고 정부 여당 예산안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조찬 회동을 통해 내년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집권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국회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조건을 들어주는 대신 반대없는 예산안 통과를 약속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예산안과 정치적 사안을 연계해서 소위 끼워팔기식 거래를 한 것은 정말 구태 중의 구태다라고 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국민의당에 대해서 "안철수 대표도 '민주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인식을 이미 천명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도 특정 지역을 의식해서 민주당과 야합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손을 맞잡고 승전보를 울린 가운데 제1보수야당으로서 이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한 한국당 내부에선 원내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과 초고소득 증세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막을 수 있는데도 못 막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100여명이 의총에 참석했음에도 본회의장 표결은 보이콧 했다. 정 원내대표를 위시한 60여명이 의총 직후 본회의장에서 항의하긴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없이 국회의장석을 포위하고 성토하는 수준의 퍼포먼스에 그쳤다. 빈 수레가 요란하기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제1야당이라도 하더라고 국회의원 정족수가 과반을 넘지 못해 여당의 행태를 저지하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과반이 안되는 것은 여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이를 파악해 국민의당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그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향후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고 국민의 위한 정치를 하고 싶다면 정족수 충원은 물론 제1야당으로서 강한 면모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이 오랜 진통 속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밀실 야합예산'이라고 거세게 반발한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