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정유업계, '윤활유' 사업 앞다퉈 투자…왜?

2017-12-07 13:46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최근 국내외 윤활유 수요가 늘면서 정유업계들이 부업으로 여겼던 윤활유 사업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통상 윤활유 사업은 '드라이빙시즌'인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오지만 이례적으로 업황이 좋아지고 있어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유부문에서 쓴맛을 본 정유사들은 윤활유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앞다퉈 늘리며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루브리컨츠의 ZIC 레이싱 윤활유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내년 상반기 SK루브리컨츠 상장을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의 성장성 등 가치 산정에 자신감을 확보한 상태다. SK루브리컨츠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590억원이다. 이 중 윤활기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19%로 정유부문(3%) 이익률을 대폭 상회한다. 

앞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22일 SK루브리컨츠에 대해 "그동안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인정받고 성장 포텐셜(잠재력) 관점에서도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루브리컨츠 상장으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활유 시장에서 가장 장사를 잘한 에쓰오일은 올 3분기 윤활사업에서만 영업이익 1260억원, 이익률 31.2%를 달성했다. 이는 석유화학 이익률(14%)의 두 배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400억원에 달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윤활사업 부문의 전체 매출 기여도는 8%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4배(23%)에 가깝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윤활기유 부문에서 15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102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정유업계에서는 윤활유 원료인 기유사업과 윤활유 사업은 정유사에서 차지하는 수익비중이 20∼30%에 이를 정도로 높아 캐시카우로 통한다. 윤활기유는 크게 그룹1, 2, 3으로 나뉜다. 1에서 3으로 갈수록 고급 윤활기유로 점도지수가 높고, 온도변화에 따른 점도 변화가 적다. 그룹1, 2는 저·중급 엔진용이나 산업유, 선박유 등에 사용되며 그룹3은 고급 자동차용으로 쓰인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고급유(그룹3) 시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루 평균 생산량은 7만800배럴, 4만2700배럴에 달한다. 에쓰오일은 그룹2 윤활기유 생산라인도 갖추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범용제품에 속하는 그룹2 윤활기유 생산하고 있고 규모는 각 2만6000배럴, 2만배럴 수준이다.

GS칼텍스 윤활기유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제공



시장 조사 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윤활유 시장은 오는 2020년 1788억7000만달러(한화 약 182조8946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을 포함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개발 도상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유렵위원회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 상태로 갈수록 높아지는 환경 규제로 인해 프리미엄 윤활유 수요도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원유 정제 마진(1%)보다 마진율이 높은 윤활유(20~30%) 시장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윤활유 시장에서 선두를 점하기 위한 각사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부터 글로벌 메이저 타이어 제조업체인 미쉐린의 중국 내 1500개 판매망을 통해 지크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SK루브리컨츠는 2008년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와, 2014년에는 스페인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 렙솔과 합작 공장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일본 JX에너지와 울산 공장을 세웠다.

에쓰오일은 현재 생산중인 ‘에쓰오일세븐’과 ‘드래곤’ 등 제품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과 손잡고 만든 에쓰오일토탈윤활유주식회사에서 생산한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윤활유 사업을 시작한 2014년 이후 생산 제품 상당량을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쉘·현대오일뱅크와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정유업계는 내년에도 윤활유 사업은 꾸준하게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한된 증설 물량과 미국 및 유럽의 고품질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관련기사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