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비보와 함께 행복을 꿈꿨던 고인의 생전 바람이 한없이 가슴을 아릿하게 하고 있다.
故 샤이니 종현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갈탄을 피워놓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발견됐다. 발견 직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종현은 2005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2008년 5월 샤이니 보컬로 데뷔했다. 치열하게 달려와 세계적 보이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등 성공을 맛봤지만, 생전 인터뷰와 방송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거듭 전해온 고인이다.
지난해 3월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종현은 "미래를 준비하느라 당장을 못 즐기는 편"이라며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 때가 있다. 내가 행복한지 생각해봤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올해 패션지 에스콰이어 5월호에서 진행한 MBC FM4U '푸른 밤 종현입니다' 하차 인터뷰에서도 행복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반년 동안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했다. 저는 성향 자체가 스스로를 괴롭힌다. 이런 사람들은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성장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에 어머니랑 누나한테 울면서 투정 부린 적이 있어요. 술 엄청 취해서. 엄마랑 누나한테 물어봤어요.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행복하냐고 물어봤어요. 술 먹고. 자고 있는 가족들 깨워서. 아저씨처럼. 제 삶의 첫 번째 목표였거든요. 엄마랑 누나가 행복한 거. 둘 다 자다 깨서는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부러운 거예요.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안 그런데. 나도 행복하고 싶어, 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엄마랑 누나한테 몹쓸 짓을 한 것 같은데. 그때부터 행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거죠. 한 6개월 동안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했던 거예요. 저에게는 그 변화의 시점이 온 것 같아요. 이젠 행복해져야겠어요. 행복해져야 돼요. 행복하려고요."
행복을 삶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종현이지만 십수년간 쌓인 삶의 통증과 내적인 상처를 이겨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사망 전 친누나에게 "이제까지 힘들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를 통해서는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 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라고 전했다.
3년여 간 '푸른 밤'을 이끌며 수많은 청취자에게 힘과 위로를 줬던 종현. 이만하면 고생했다고 말해달라는 고인의 마지막 바람이 어느 때보다 아프게 다가온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