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국 자동차업계는 올한해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맏형격인 현대기아차는 중국발 사드보복과 미국의 통상압박, 꼬인 노사 문제 등으로 초라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소형 SUV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침이 심했던 만큼 신흥강자의 등장으로 인한 지각변동도 나타났다. 수입차 시장은 벤츠의 독주가 이어진 반면 후발주자들은 성장세가 주춤했다. 여기에 카쉐어링·전기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파트너링은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자동차 업계 5대 키워드로 한해를 결산했다.
현대차의 첫 소형SUV 코나 /사진=현대차 제공
◇‘S’ SUV로 울고 웃은 업체들=올해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다. 지난해 국산 SUV 판매량은 45만4669대로 전체차종 중 33.7%였고 그 중 소형 SUV는 18.9%를 차지했다. 그동안 쌍용차가 주도하던 시장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뛰어들면서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으며 고전했다.
현대차 ‘코나’가 출시 석달만에 판매량 1만대 돌파하면서 쌍용차는 직격탄을 맞았다. 티볼리는 코나 출시로 판매량이 줄어들더니 최근 판매 1위를 내주며 주춤하는 모습이다.
내 년에는 티볼리가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면서 현대·기아차가 뛰어든 것처럼 중·대형 SUV 시장에서도 유사한 전개가 예상된다. 현대차가 신형 싼타페로 코나와 투톱체제를 선언한 가운데 르노삼성(QM6) 기아차(카니발) 한국지엠(에퀴녹스)이 게임체인저로 등극할 지 주목된다.
◇‘L’ 노사갈등(Labor-Management Conflict)=현대·기아차·한국지엠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7일 임단협 41차 협상을 진행을 진행했지만, 임금·성과급 등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찬반투표를 거쳐 임단협 합의안을 자발적으로 부결했다. 노조는 1월 3일부터 철야근무를 포함한 모든 특근을 거부한 채로 사측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새로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와 통역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다 지난 21일 교섭에 나섰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났다. 한국지엠 노조는 새해 벽두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U’ 불확실한 환경(Uncertain environment)=현대·기아차가 중국발 사드 보복에 신음했다. 현대차는 11월까지 중국에서 판매량이 33.3% 감소했고, 미국에서도 판매량(62만1961대)이 12.7% 줄었다. 글로벌 판매량 역시 하락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는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됐던 현대차와 달리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다.
미국 시장에서는 한미 FTA 개정으로 관세 부활시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엔저로 일본산 브랜드가 자국 생산 제품의 대미 수출을 더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관세가 부활하면 한국산 차의 가격경쟁력이 더 낮아질 수 있어서다.
◇‘M’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의 독주=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 수입차 최초로 연간 판매 6만대를 돌파했다. 국내 진출한 수입차로는 사상 처음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벤츠 국내 판매량은 11월까지 6만4902대,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났다. E클래스는 11월까지 3만1109대가 팔리며 단일 차종 중 처음으로 3만대 돌파라는 신기록도 썼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BMW는 올 초 신형 5시리즈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벤츠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벤츠와의 격차는 1만대 이상으로 최근 월판매량 1위를 되찾기는 했지만 거의 모든 달에 벤츠에 1위를 내줬다. 이외에도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변조 파문과 다카타 에어백 리콜, 혼다 '녹 논란' 등으로 일부 브랜드 중심으로 위기를 겪었다.
◇‘P’ 합종연횡(Partnership)=미래 자율주행차 선점을 위한 스타트업 및 IT업계와 파트너십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현대차는 카카오와 함께 개발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공동 개발했고 중국 바이두와는 통신형 네비 등 신기술을 선보여 제네시스 G70, ix35(중국형)에 각각 탑재했다.
GM은 2019년부터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와 함께 자율주행차 대상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행한다. 지난 9월에는 벤츠가 KT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탑재한 S클래스를 선보였다. 벤츠와 아우디, 토요타, 포드는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탑재한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30억달러 수준에서 오는 2025년 96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차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은 가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