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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이번엔 '통남봉미'…한미공조 균열 노리나

2018-01-01 17:34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내용은 북한이 최근까지 유지해온 ‘통미봉남’ 자세를 뒤바꿔 남한에 적극적 대화 공세를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오는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의 참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를 위해 남북이 시급하게 만나야 한다고 밝혀 당장에라도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즉 그동안 북한을 향해 평창올림픽 참가를 꾸준히 제안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에 처음으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계기로 삼아 남북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향후 남북대화 과정에서 북한이 여러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남한의 수용 여부에 따라 최종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남북대화가 시작될 경우 북한은 남한에 여러 숙제를 제시할 가능성이 많다. 먼저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에 대해 “동족의 행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언급,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남한을 돕는 것이라고 표현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및 미군의 전략자산 순환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며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남북 실무자 접촉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 조건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 보상으로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경협 재개와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명문으로 한미군사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순환배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힌 것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남북간 실무자 접촉에서 당장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전략자산 순환배치 중단을 본격 제기하고 나설 경우 어렵게 시작된 남북대화는 아무런 성과없이 결렬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전 9시 30분(평양시 기준 9시)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게다가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는 대업을 성취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능력을 과시하고, 핵무기의 실전배치를 시사한 데다 자신의 책상위에 항상 핵단추가 놓여있다고 말해 미국을 향해서는 위협 발언을 이어갔다.

남북대화 재개와는 상관없이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핵보유국 인정과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남한을 향해서는 대화공세를 펴면서 미국과는 긴장관계를 이어가려는 것은 북한이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북한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왔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일본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남한 내부 일각에서도 전술핵 배치 주장이 다시 일어날 것이 분명하므로 한미 정부 사이는 물론 남남갈등을 일으킬 소지까지 있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 주장처럼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나는 것으로 남한에 대한 진실된 대화 제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보다 미국을 향해 자신들의 핵보유국 인정과 체제 보장을 약속받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남북간 경협 재개 등을 활용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조치를 풀어나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작 북한은 스스로 포기하거나 바뀌는 것은 없이 단지 남한이 자신들과 대화하려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조율하라는 숙제를 남긴 셈이다. 

한미 정부가 일단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계기로 대화가 재개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데 의견을 일치하더라도 이후 북한이 핵보유국 주장만 고수하면서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미국 전력자산 철수 등 한미 정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이어갈 경우 대화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일회용에 끝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정은이 이번 신년사에서 경제건설노선에 방점을 둘 것을 강조하면서 예년보다 전력 부문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등 대안 제시를 구체적으로 한 점이 있다. 김정은은 “핵무력 건설의 성과 토대 위에서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총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비로소 안보리 결의 실효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충실한 이행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정작 핵포기 선언없이 경제실적 달성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고, 그만큼 우리 정부도 이번 김정은의 신년사 제안에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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