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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파업 얼룩…2018년 노사관계도 험난한 길 예고

2018-01-07 08:3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이동응 경총 전무

지난해 노사관계는 국정혼란과 맞물려 불투명한 환경 속에서 시작했다. 정부는 국정공백을 수습하고 다양한 고용노동정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국회는 상반기에 대선정국의 여파로 사실상 공전됐으며, 하반기에는 첨예한 쟁점사항이었던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다루었으나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노동계는 2016년 말부터 이어진 정권퇴진 투쟁에 집중하고, 탄핵이 결정된 이후에는 대선국면을 활용해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모색했다.

2018년 노사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촛불혁명을 노동혁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노사관계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가 기초체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노사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정부 정책방향과 논란이 됐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고, 금년도 노사관계를 전망해 보기로 하겠다.

일자리 중심의 고용노동정책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대통령은 취임 후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는 등 일자리 정책에 힘을 쏟았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늘·줄·높'으로 요약된다. 일자리는 늘리고, 근로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며, 고용의 질은 높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부문 채용 확대, 근로기준법 개정,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추진했다. 아쉽게도 이러한 정부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9.2%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체감 청년 실업률은 21.4%에 달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수출 증가와 함께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 미약하게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서비스업·건설업 등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부족했다.
   

올해 노사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촛불혁명을 노동혁명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노사관계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가 기초체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노사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자료사진=청와대 제공

다양한 이슈를 둘러싼 노사분규

지난해 산업현장 노사관계를 살펴보면 노사분규와 근로손실일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특정 업종의 노사불안이 두드러졌다. 임금인상을 둘러싼 완성차노조 및 조선사노조의 파업,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방송사노조 파업,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내세운 학교비정규직노조의 파업 등이 발생했고, 건설·조선·금속 분야 노조의 고공농성과 완성차사노조의 불법투쟁은 산업현장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산업현장의 임금협약 결정율은 10월말 기준 52.0%로 전년동기 55.7%에 비해 지연됐다. 임단협이 지연된 것은 조기 대선에 따른 교섭개시 지연,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 고용보장・통상임금 등 다양한 이슈 제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단협의 특징으로 산별교섭 복원 및 강화 시도를 꼽을 수 있다. 2016년 사실상 해산됐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복원돼 금융분야 산별교섭이 재개됐고, 금속산별교섭에서는 '산별교섭 제도화 노사공동선언 추진', 보건산별교섭에서는 '사용자협의회 구성' 등을 합의했다. 주요 산별노조는 '산별 강화'를 사업계획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2018년에도 산별교섭과 관련된 노동계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는 주요 완성차사의 잠정합의안 부결과 재교섭을 꼽을 수 있다. 주요 완성차사 노사는 오랜 논의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러한 잠정합의안 부결은 노사간 신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기대심리를 상승시켜 교섭과 분규의 장기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 노사관계는 다양한 현안으로 험로(險路) 예상

2018년 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국내외 주요기관들도 3%대 성장을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우리 경제는 낙관하기 어렵다. 글로벌 보호무역기조, 14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북핵 문제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올해 노사관계는 지난해에 비해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노사관계를 둘러싼 이슈는 다양하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해 국회 환노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환노위 여야 간사간 합의도 도출됐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올해 입법과정에서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비록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환노위 여야 간사간 논의된 사항들이 입법화 된다면 300인 이상 기업들은 당장 2018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 하더라도 1,000인 미만 사업장은 당장 큰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증가, 구인난, 장시간 근로 위반 등이 우려된다. 또한 근로자 입장에서는 소득감소를 고민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초과근무를 많이 하는 근로자의 소득이 15.2%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동계가 '임금손실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가운데 완충방안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현장 노사관계 불안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2018년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월 환산액 : 주 40시간 기준 1,573,77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2017년에 적용된 최저임금 시급 6470원에 비해 1060원(전년 대비 16.4% 인상) 인상된 수준으로 역대  최고 인상액이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 2000년 1.1%(5.4만명)에서 2018년 23.6%(463만명)까지 올랐다.

 

 
당장 1월부터 기업들은 인상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266.4만명)의 98.7%가 300인 미만 기업, 87.3%가 30인 미만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 영세기업의 고용 위축과 임금체불 증가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갈등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제도개선 논의를 마쳤고,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최종 권고안에 담겼다. 그러나 TF의 권고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TF 다수의견은 1개월을 초과해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산입범위에서 제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록 TF가 '총액을 유지하면서 매월 분할해 지급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다'라고 해석하며 근로자 동의 없는 지급 주기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지급 주기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TF는 복리후생비 포함 여부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추후 논의 과제로 미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TF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나 팽팽한 노사간 입장 차이로 결론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 요구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인건비 증가로 인한 경영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 영세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은 불가피하다. 또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과 같은 제도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 밖에도 특수형태종사자 근로3권 보장, 근로자이사제 도입, 산별교섭 강화 등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이슈들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 사내도급 노사관계 불안 증가

올해 노사관계에서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협력업체와 사내도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협력업체 조직화 사업 강화(활동가 양성 및 기금 조성), 원청기업 대상 투쟁 확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등 협력업체 및 사내도급과 관련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2018년 자동차·조선·철강 사업장의 사내도급 1사 1조직화를 주요 사업계획으로 확정했다.

노동계는 불법파견도 적극 이슈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파리바게뜨,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아사히글라스 등 다수의 사업장이 불법파견 시정지시를 받았고, 노동계는 이를 조직화 사업에 활용했다. 주로 제조업 분야에서 이슈가 됐던 불법파견 문제가 프랜차이즈, 서비스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또다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힘겹게 임금단체 협상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노조원 전체 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쟁의 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4일부터 10일까지 전 공장에서 매일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현대자동차노동조합 제공


단체교섭의 장기화, 산업현장 불안요소 지속 우려

올해 단체교섭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치 상황에 맞물렸던 지난해와는 달리 일찍 교섭이 개시되겠지만,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짝수해의 특성, 노동계 기대심리 상승 등으로 단체교섭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주요 노조에 강성집행부가 들어섬에 따라 과도한 요구사항 수용을 주장하는 투쟁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교섭의 쟁점은 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과 인력 충원, 복리후생제도 확충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해 금속노조가 5천억원 상당의 기금조성을 요구했고, 공공부문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를 일부 환수해 '공공상생연대기금'을 설립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노동계의 기금 출연 요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도 곳곳에 불안요소가 많다. 조선, 철강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용안정을 둘러싼 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개별 기업 노사관계에 직접 개입하고 간섭하는 모양도 많이 나타날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시동

노사관계의 어려운 숙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 틀을 재구성하고 '노동존중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민주노총의 경우 내부 갈등으로 인해 사회적 대화 참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노총의 참여, 불참에 관계없이 일정 시점이 되면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노동계의 참여를 유도해 사회적 대화를 재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의제 선정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너무 첨예한 사안으로 시작할 경우, 노사관계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오히려 노사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의 암울한 전망과 노동계의 기대심리로 시작되는 2018년도 노사관계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진정한 성찰 없이는 결실을 맺기 어렵다. 기업 경쟁력 향상, 생산성 제고,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동응 경총 전무

[이동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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