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다시 정수기 사업에 진출한다. 윤 회장은 정수기 원조이자 업계 1위인 '코웨이' 브랜드를 만든 인물이다. 코웨이는 수많은 경쟁 업체들이 생겨났음에도 여전히 시장 1위의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윤 회장은 생활 가전의 '렌털서비스 원조'라는 타이틀도 달고 있다.
웅진그룹은 출판으로 시작해 생활가전, 식품, 건설, 화학, 태양광, 저축은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재계 서열 32위 까지 올랐다. 하지만 M&A했던 기업들의 부실과 업종 불황이 겹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2012년 캐시 카우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MBK에 매각하며 5년간 정수기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 조항을 체결했다. 올해가 그 조항이 풀리면서 윤 회장이 다시 정수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와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한 자체 정수기 사업 진출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윤 회장의 정수기 사업 재진출에 대한 시각은 여럿이다. 먼저 긍정적인 시각은 정수기 사업과 렌털서비스에 대해 윤 회장 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코웨이 인수전에 있어서도 '코웨이=웅진=윤석금'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강해, 코웨이를 인수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금력에 있어서도 윤 회장이 3조원대에 달하는 코웨이를 인수할 여력은 거의 없지만, 한편으로는 윤 회장 만큼 코웨이와 잘 어울리는 조합도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윤 회장이 코웨이를 인수할 자금력은 없지만, 본인 말고는 코웨이를 인수할 기업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오히려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코웨이를 인수하지 못하고 자체 정수기 사업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윤 회장을 믿고 따르는 영업 인력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에서 웬만한 기업들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회장이 초창기 정수기 사업을 하고 렌털서비스를 시작했던 초창기와 지금은 시장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 유통 경로도 과거에는 방문판매를 통한 렌털 판매가 중요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홈쇼핑, 등 다양화됐다.
거기다 과거와 달리 시장 플레이어들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점이다. LG전자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그룹 등 대기업들도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었고 렌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호나이스, 쿠쿠, 교원, 바디프랜드 등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정수기 보급률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윤 회장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코웨이처럼 성공신화를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코웨이 인수전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인수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해야한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코웨이의 매각가가 3조원대로 거론되고 있는데 웅진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000억원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숫자로만 봤을 때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윤 회장은 또 다시 자본시장에 문을 두드려 코웨이 인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웨이=웅진=윤석금'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시장에서 통하고 있고, ▲3조원이라는 가격을 주고 코웨이를 인수할 기업이 거의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윤 회장이 또 다시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를 1차로 보고 그게 무산됐을 때 신규 브랜드를 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웅진 측은 3월 중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인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신규로 진출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지 등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가 정수기 사업을 하던 시기와 지금은 너무나 시장 환경이 달라져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너무나 많이 변했다. 물 소비 방식도 과거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자칫 윤 회장이 과거의 성공신화에 도취돼 다시 정수기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