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갈수록 산넘어 산이다. 국민의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발언 의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8일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파는 빠르면 오는 9~10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전준위 출범 절차를 마무리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 이번 주가 고비다.
하지만 전준위 구성을 둘러싼 반대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당대회 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여기에 더해 통합신당의 정강·정책에 대한 바른정당과의 견해차가 재차 불거질 가능성마저 있어 막바지 통합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는 전당대회는 열리더라도 통합을 의결할 의결정족수가 안 되면 그동안 통합 찬성파의 행보는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 국민의당 통합 찬성파에 놓여진 '전당대회 의결정족수'는 현재 기준으로 5000명이다.
이는 지난해 1월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당원인 1만명을 기준으로 해서다. 통합 찬성파는 현실적으로 5000명이 전당대회 당일 한 장소에 모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중앙선관위가 최근 전대에서 '케이보팅'(K-voting)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그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통합 전대를 추진하려던 안 대표 진영은 전대 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찬성측은 권역별 전당대회 개최 등 '플랜B'를 논의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반대파의 각종 절차적인 문제 제기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반대파의 핵심 중 한 명으로, 전대 의장인 이상돈 의원은 최근 당내 의원들이 속한 SNS 메신저 방에 올린 글에서 "권역별 투표는 당헌 위반"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이다.
이 의원이 전대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을 통한 의사진행방해)를 허용하는 등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합당 안건 통과를 어렵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파는 현재 전대를 무산시킨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세 규합을 위한 여론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여기에 바른정당과 통합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의 내홍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립파가 마련한 중재안에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더욱 난처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내홍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호남계를 향한 발언이 주목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 6일 "(통합신당)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라며 "국민의당 안에서 개혁보수를 주장하는 바른정당의 국가안보관과 유사한 분들과 같이 가는 게 좋다"며 호남계를 향해 작심 발언했다.
유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기 전에 외교 안보에 꼭 합의를 봐야 한다"면서 "어느 정당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지만 국민의당은 특히 외교 안보 문제, 남북 관계 문제에 있어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왼쪽 끝에서부터 오른쪽 끝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 후 안보문제 등 계속 갈등이 생기면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유 대표는 "현실적으로 정치에서 숫자가 중요하다"면서도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님도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한다"고 답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안철수 대표와는 함께 할 수 있으나 호남계 의원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이는 호남계를 향해 당을 떠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당이 함께 가는데 있어서 이념이나 안보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만 이 또한 호남계가 없으면 해결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만나 인사한 뒤 밝은 표정으로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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