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여야는 지난 11일 오는 30일부터 한달간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개헌이라는 큰 산에 가로막혀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 처리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상 빈손으로 마감한 연말 정기국회와 지난 1월 임시국회의 부족함을 만회하기 위해 여당은 민생 법안심사에 최대한 집중한다는 계획이나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2월 임시국회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와 민생, 혁신 등 시대 과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대통령 신년사와 관련해 민생입법 실현과 민주주의적 제도 개혁을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자들은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법안 처리를 잇달아 언급하면서 야권의 협조를 촉구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 가능성이 지적되자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이른바 '진짜 이유', 즉 문제의 본질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살인적인 임대료, 카드 수수료 폭리, 복합쇼핑몰 골목상권 난입을 문제로 꼽았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주장에 "“살인적 임대료와 고질적 갑질 구조가 핵심으로, 최저임금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침소봉대"라면서 "영세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라는 을(乙) 간의 대립과 반목을 조장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좌초시키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카드수수료 문제와 관련해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5%지만 영세 중소사업자의 55%는 2.5%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어 카드사는 사실상 이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차별금지 조항 위배로, 수수료조차 재벌가맹점에 한없이 관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내에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도 같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최대 쟁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휴일근로수당 할증률 문제다.
최근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회동에서 민주당은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모두 지급해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하되 적용 시기를 3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냈다.
하지만 협치에 앞서 여야 앞엔 6월 개헌이라는 큰 산이 가로 막혀 있다.
국회가 6월 개헌을 추진하려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이 나와야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동시 헌법 개정에 시동을 건 가운데 집권 여당도 다음 달까지 지방분권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만들겠다며 속도전에 나섰다.
그러고도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지방선거 국면에서 야당이 개헌을 무산시켰다며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진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 적기를 끝내 사소한 정략적 계산으로 좌초시킨다면 국민에게 국회가 과연 신뢰받는 헌법기관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시기와 내용을 놓고 야권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이 문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며 연말 개헌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국회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국회를 배제한 개헌 계획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형식적인 국회 개헌 논의를 이미 민주당에 청부하고, 그리고 자신의 문재인 개헌으로 가져가겠다는 술책"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여야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대통령 주도의 개헌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여야는 핵심 쟁점인 '4년 중임제', 그리고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문제를 놓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회 개헌·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개헌 논의를 앞두고 있지만, 여야가 개헌안을 도출해낼 접점을 찾아낼지가 이번 임시국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