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올해 조선업 매출 규모가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외침이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에서 "순환휴직·희망퇴직 등의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생산직 근로자 대상 10% 임금반납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이행해야 하는 인력 감축 중 현재까지 진행된 인력 효율화 작업은 2700여명에 머물렀으며, 이로 인한 고정비 증가 등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영업손실이 각각 4900억원, 2400억원으로 추정됐다.
또한 오는 3월부터 생산직 근로자 대상 임금 10% 반납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동안 노동자협의회와 합의가 무산돼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오는 5~6월 재개될 예정인 임단협 역시 지난해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미뤄졌던 만큼 임금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텃밭이라고 여겼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고,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도 동남아, 중국 업체들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설 자리를 좁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한 수주 확대가 절실하다"며 "노사가 한 마음으로 노력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9일 기본급 동결·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을 포함한 2년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56.1%로 부결, 임단협 갈등이 3년째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등 3개사 노조는 동일한 내용으로 진행된 찬반투표를 가결, 대조를 이뤘다.
2년치 임단협 협상에 들어갔던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2년치 임금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에 69.27%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무파업 확약서를 제출하고도 부분파업 및 고공 단식농성 등을 벌인 바 있다.
지난달 28일 강환구 사장(가운데)·박근태 노조위원장(오른쪽) 등 현대중공업 노사 대표가 울산 조선사업본부 현장을 돌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그룹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노조는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경우 중국 조선소 대비 10% 이상 높고, 최근 중국·싱가포르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 및 경험 축적으로 인건비를 감축하지 못하면 향후 수주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원가경쟁력 하락이 일감 부족을 야기,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임금 동결시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임금협상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 상태로는 매출 절벽이라는 터널을 지나기 쉽지 않다"며 "일감 부족으로 인한 조선업 침체는 거제·울산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추가적인 국민 세금 투입으로 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