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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의전' 北 현송월 일행 1박2일 방남, 뭘 남겼나

2018-01-22 19:3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소정 기자]평창올림픽에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해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사전점검단이 21~22일 1박2일 동안 강릉과 서울의 공연지를 살펴본 결과 서울 국립극장과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한 공연지가 될 전망이다.

현송월 등 북측 점검단은 방남 이틀째인 22일 강릉에서 임시로 특별 배정한 KTX로 서울역에 오전11시5분 도착했다. 강릉에서 서울로 이동하던 중 현송월은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냐”고 물었고, 우리측 안내원은 “미세먼지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에서 서울역에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버스에 탑승해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먼저 잠실 롯데로텔에서 점심식사를 했으며, 이어 서울특별시교육청학생체육관인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을 들른 뒤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장충체육관 앞에서는 시민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현송월 단장과 북한 점검단! 뜨겁게 환영한다’라고 적힌 하얀색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이 남성이 현송월이 버스에서 내려 체육관으로 들어가 ㄹ때 “현송월 단장님 국민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외치자 현송월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국립극장에서 현송월은 해오름극장으로 들어가 무대와 객석 규모, 음향 설비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장 로비에서 풀기자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현송월이 쳐다보고 웃으며 “안녕하십네까”라고 답했다.  

이곳에서 현송월은 “조명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까? 관현악, 관현악 음악으로”라고 말해 극장 관계자가 “아리랑을 틀겠습니다”라고 답해 1분30초간 음악을 들었다. 이어 형송월 등 일행은 해오름극장 맨앞줄에 앉아서 무대 조명시설을 틀어놓고 시설을 점검했다.   

현송월이 해오름극장에서 공연장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이 통일부 풀취재진에 공개된 것은 마지막 일정인 국립극장에서 처음 이뤄질 정도로 이번 북측 사전점검단의 방남 일정 내내 통일부 출입기자단 풀취재에 대한 정부측의 배려는 부족했다.

당초 통일부 풀취재는 서울에서만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첫날 현송월 일행이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과열된 취재경쟁이 벌어지자 통일부가 출입기자단과 협의해서 서울과 강릉 양일간 풀기자단을 운영하기로 한 것인데도 관계기관과 정보 공유가 안된 것인지 현장에서 취재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현장에 있던 정부측 관계자는 풀기자를 밀쳐내며 “협의된 바 없다” “현송월 단장이 불편해하시니 질문하지 말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이렇게 현장에서 통일부 풀기자단은 철저히 배제됐지만 통일부 홍보영상을 찍는 UNI TV는 꼼꼼히 현장을 촬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영상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될 때에는 유독 현송월이 말하거나 웃는 장면들이 모두 잘려서 편집된 채 제공되는 일도 벌어졌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예술단 파견을 위해 파견한 사전점검단의 현송월(맨 앞줄 중앙)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1~22일 1박2일 동안 강릉과 서울의 공연지를 살펴본 결과 서울 국립극장과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게 떠오른 것으로 관측된다./사진=통일부 제공



이날 국립극장을 둘러보는 것을 마친 현송월 일행은 곧바로 환송만찬이 준비된 서울 워커힐호텔로 이동한 만큼 북한 예술단 서울 공연지는 국립극장의 메인인 1560여석의 좌석이 마련된 해오름극장이 유력해보인다. 현송월은 앞서 방문한 잠실학생체육관(5400여석)과 장충체육관(4500여석)은 각각 15분 정도만 머물렀지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이날 오후 2시15분쯤 도착해 1시간 반 가량 머물렀다.

당초 유력한 공연장 후보로 언급됐던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극장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 처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 때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 국립극장에서 있었고, 1990년 첫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성사되면서 남북 음악인들의 첫 합동공연인 ‘송년통일전통음악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북한 예술단의 강릉 공연지는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현송월은 전날 강릉에서 황영조기념체육관에서 10여분 정도 둘러봤지만 강릉아트센터에서는 2시간 넘게 머물면서 시설을 살폈다. 

강릉아트센터의 대공연장은 150여명이 출연 가능한 무대와 최대 8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으로 뮤지컬, 오페라, 음악회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올림픽 기간 파견되는 북한 예술단은 오케스트라 80여명과 그외 무용, 춤 단원 등 총 14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서울과 강릉에서 각각 한차례씩 공연하기로 했다. 

공연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15일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명곡을, 우리 측에서 순수예술인 민요나, 가곡, 고전음악이 좋겠다’고 말한 만큼 아리랑을 비롯해 정치색이 빠진 공연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송월 단장 일행은 이날 북한으로 돌아간 뒤 1박2일 동안 둘러본 공연장에 대한 최종 점검과 결정을 통해 서울과 강릉 공연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논의되면서 재개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알려올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송월 일행은 당초 20일 방남하기로 했다가 돌연 ‘파견 중지’를 통보한 뒤 하루 늦게 내려왔지만 이번에 정부는 현송월에게 하루 연기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풀취재진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거나 잘려나간 동영상 제공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될지 담보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극진한 대접 속에 언론은 정작 취재해야 할 기사거리는 전혀 얻지 못한 채 북한 여가수 현송월이 무슨 말을 하고, 뭘 입고, 뭘먹었는지 집중 조명받았던 이틀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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