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며 독주하는 듯했지만 은행권까지 가세한 경쟁사들의 고금리 상품 출시로 ‘단독 프리미엄’이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단기금융업 추가인가에 대한 기대보다는 고금리 환매조건부채권(RP) 같은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분위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 가운데서 오로지 한국투자증권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투를 포함해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 등 총 5개사다.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며 독주하는 듯했지만 은행권까지 가세한 경쟁사들은 이미 '반격'을 시작했다. /사진=미디어펜
이 중에서 당초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으로 평가받은 단기금융업 인가는 오로지 한투에만 떨어졌다. 타사에는 크고 작은 흠결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지만, 한투에 비해 흠이 크다고 볼 수 없는 NH투자증권의 인가마저 늦어지는 상황이 해를 바꿔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하염없이 당국의 인가를 기다리기보다는 전략을 바꿔 공세를 펼치는 쪽으로 방침을 변경하고 있다.
한 가지 추가적인 변수는 상대적 고금리 기조다. 미국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길었던 저금리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아직까지 과거와 같은 높은 이자수준에 도달한 건 아니지만, 타사보다 높은 이자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일단 은행권의 공세가 거세다. 은행의 예금금리는 어느덧 2%대로 뛴 상태다. 우리은행이 작년 12월말 내놓은 ‘우리투게더 더드림 정기예금’은 별도 우대조건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면서도 연 2.1%의 고금리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걸었다. 그 결과 출시 4거래일 만에 5000억원 한도를 ‘완판’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SC제일은행을 비롯한 경쟁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연이어 출시 혹은 개발 중이다. 심지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들의 평균 금리 또한 연 2.43%로 높아진 상태다(지난 12일 저축은행중앙회 기준).
은행들의 금리 공세는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쉽지 않은 ‘맞바람’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마케팅에서도 드러났듯이 은행들은 금융고객 응대에 있어 증권사들이 아직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편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투가 내놓은 발행어음의 금리 수준은 약정형 발행어음 수익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 2.30%다. 기간에 따라 7~180일은 1.20~1.60%, 181~270일은 2.00%, 271일~364일 2.10%, 365일 2.30% 등의 차등수익률을 주고 있다.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은행들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종업계인 증권사들도 고금리RP라는 카드를 내걸어 반격에 나섰다. 흥미롭게도 고금리RP라는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든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수사로 인해 일찌감치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서는 기대를 접은 상황이었다. 다른 회사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을 때 삼성증권은 아예 새로운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고금리RP는 유가증권을 매수(또는 매도)하고 일정기간 후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다시 매도(또는 매수)하는 일종의 담보부 소비대차거래를 지칭한다. 삼성증권은 현재 연 2.3% 금리인 특판RP를 팔고 있다. 6개월 가입시 연 2.0%를 부여한다. 개인만 가입이 가능하며 1인당 한도는 1억원이다. 12개월 금리 수준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과 똑같이 맞춰진 상태다.
결과적으로 안정성 측면에서 발행어음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다. 발행어음은 어디까지나 ‘위험자산’에 속해 예금자 보호 대상이 되지 않고, 단기금융의 최소 50%는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하는 등 운용제약도 존재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