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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고 D-5…교도소 담장 걷는 기업인 '제2의 이재용' 막아야

2018-01-31 10:55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정농단 ‘희생양’이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동정여론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불상사의 원인은 이 부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2의 이재용'은 언제든지 또 탄생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27일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한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사건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을 ‘정경유착’의 근원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기 위한 자리”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특검이 거론한 ‘정경유착’의 근원은 그들의 전공인 ‘법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정부가 법을 통해 기업 활동을 좌지우지하는 이상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는 필연적이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업으로 삼는 기업은 정부를 멀리하고 배제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비지니스를 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이 부회장은 “특검이 이야기하는 ‘경영권 승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의 말은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행 법 제도는 ‘기업하기 나쁜 환경’을 조장할 뿐, ‘경제적 자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한민국 법이 ‘규제우선 법제도(Positive System)’인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규제’가 먼저인 사회에서는 기업이 당당하긴 커녕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자유우선 법제도(Negative System)’를 기본으로 한다. 이는 경제적 자유를 우선으로 하되 규제가 필요할 경우 제제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기업이 정부에 잘 보이려 애쓸 필요가 없다. ‘경제적 자유’가 보장돼 있으니 당당하게 창의력을 실현해 나간다.

한국은 반대다. ‘규제’가 우선시 되다보니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비약하자면 정권에 ‘비굴’해지는 것이 기업 경영의 전략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도 이런 시스템 때문이다. 

한국스포츠영재제단,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모두 정부의 요구에 응하다가 국정농단에 휘말린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원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정부의 요청에 의해, 그리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해당 재단 출연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하현회 LG그룹 부회장도 지난 11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청와대의 관심사항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기업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청와대의 관심사항이 무겁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적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삼성전자 공장이 세워져 있는 베트남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삼성전자가 공장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 한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통관의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하노이 세관을 타이응엔 공장 가운데 입주시켰다. 하지만 그 누구도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다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재벌개혁’에 속하는 정책 모두 우리 정부가 내놓은 것이다. 기업에 대한 ‘간섭’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규제우선 법제도’다. 법으로 기업을 묶어두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는 기업활동을 위해 정부에 로비를 하도록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의 고유 활동이 유지되기 위해선 ‘법 제도’가 제대로 돼야 한다”며 “규제우선 법제도 하에선 기업이 정권과 가까울 수밖에 없고 또 다른 이재용의 탄생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며 “기업을 통해 국가의 경제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정부와 무관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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