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김시곤 전국장은 최근 희생자과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족들은 청와대앞까지 몰려가 박근혜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길환영사장은 유가족이 농성중인 청와대앞까지 달려가 김 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그를 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보도국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 전국장은 물귀신 작전으로 나왔다. 길사장이 "뉴스제작의 독립성을 해치며 사사건건 간여하고 침해했다"면서 자신과 길사장이 동시에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 사장과 보도국장이 이전투구하는 자중지란의 모습이 뚜렷했다.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공영방송 KBS의 지배구조가 심하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국장이 임명권자인 사장을 물고 늘어짐 같이 죽자는 항명과 반란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회사내 반목과 불화, 파당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콩가루집안같은 KBS를 이대로 둘 수 없고, 획기적인 자정방안과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심지어 KBS1과 EBS를 합쳐 문화 콘텐츠가 있는 공영방송으로 재편하고, 저질 상업오락이 난무하는 KBS2는 민간에 매각하거나, 환원시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시곤 전국장의 해임과 길사장의 퇴진 문제는 정치권의 정쟁으로 부상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길사장이 청와대의 외압을 받아 뉴스제작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면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길사장은 청와대의 외압을 부인하고 있다. 공영방송 뉴스 편성과 편집권의 최종 책임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장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KBS의 바람직한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 방안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방송법과 공법학자들은 공영방송 사장은 뉴스 편집 편성권의 최종책임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기자노조나 김시곤 전 국장의 길사장에 대한 비난은 문제가 많다. 방송법상 사장은 편성과 편집권의 최종주체이고, 기자 국장 PD등은 사장의 지시를 받는 보조자, 종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사장의 편집및 편집권에 대한 최종 권한을 방송중립성과 독립성 침해라며 비난과 매도만하는 것은 방송법을 부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국 BBC방송처럼 정파에 흔들리지 않는 공영방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KBS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파방송, 청와대 시녀방송 논란에 휩싸여왔다. 기자노조와 일부 정파적 편향성있는 내부인사들이 이를 흔들어대고, 정치권은 이을 확대재생산하는 패턴이 반복돼왔다.
세월호 보도 논란을 계기로 공영방송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지배구조 개혁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내부의 자정노력도 시급하다. 길사장은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기자노조가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 이를 반성하는 미디어프로그램을 하려는 것도 막아서는 안된다. 이같은 반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강화 방안을 통해 공영방송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수신료 거부운동마저 일어날 수 있다.
공영방송이 비틀거리는 상황에서 KBS내의 중도노조인 공영노동조합이 14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회사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의미가 있다. 공영노조는 제3의 노조로 부장급 이상 간부가 많이 참여하면서 KBS내부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1노조는 KBS전체노조, 2노조는 KBS본사노조를 지칭한다. 공영노조의 성명서는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KBS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와 관련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다음은 KBS공영노조의 성명서 전문이다.
"김시곤 기자,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국장 사퇴 사흘 만에 노조 찾아가 보험 들었다는 기회주의적 처신의 소문에 대해 김시곤 기자!
이제 국장이 아니니 기자라고 하겠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귀하는 그제 노조를 찾아가서는 길환영 사장의 ‘비리’가 적힌 수첩이라는 것을 내보이고, “이거면 길 사장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수첩을 넘겨주었다는데, 이게 과연 사실입니까?
들리는 말로는 해당 노조의 전ㆍ현직 간부들이 당신으로부터 ‘길 사장을 날릴 수 있는’ 자료를 통째로 넘겨받았다면서 흥분해 떠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심지어 길 사장에게 “수첩을 입수했으니 백기 투항하라”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번 주부터 노보를 통해 길 사장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는 소문도 사내에 파다합니다.
▲ KBS의 제3의 온건노조인 공영노조는 14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기자노조에게 길환영사장의 비리가 적힌 수첩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김전국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영노조는 김전국장이 노조에 보험들기 차원에서 기자노조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은 기회주의적 처신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
만약 이러한 소문들이 사실이라면 길환영 사장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믿고 취재주간에 이어 보도국장이라는 중책을 맡겼으니 말입니다. 아무리 본인 사정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보도국장까지 지낸 사람이 사퇴 사흘 만에 노조를 찾아가서 회사 기밀이 담긴 수첩을 통째로 건네주면서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는 보험용으로 이용하려 했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제 ‘KBS사장은 방송에 당연히 관여할 수 있다’는 공영노조의 성명서가 나가자, 곧바로 사내외 방송법 전문가들이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음을 재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김 기자 당신은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이제는 길 사장의 권한 행사에 불공정성, 비공공성, 불균형성, 비사실성 등이 포함돼 있다’는, 그리고 ‘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과는 반대의 지시와 명령을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방송독립, 민주투사로 둔갑한 김 기자에게 한마디 묻겠습니다. 지금까지 ‘편파적, 독선적 부서 운영과 아집’으로 조직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불공정 방송’을 해서 KBS 기자협회와 노조로부터,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온 사람은 바로 김 기자, 당신 아니었습니까? 또한 이번에 김 기자의 퇴진 사태를 촉발시킨 세월호 참사 보도의 총 책임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김 기자 본인 아니었습니까?
솔직히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KBS 보도는, 사건 초기에 ‘탑승자 전원구조’ 오보와 ‘시신이 엉킨 채 발견’ 기사, 박대통령 방문 시 유족 목소리 축소 의혹을 받은 보도 등으로 모두 보도국에서 취재해서 방송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김 기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사실관계는 철저히 밝혀져야 하겠지만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 논란 발언’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것은 김 기자로부터 비롯된 일들입니다.
KBS뉴스가 비난받고 있는 ‘편파성’과 ‘오보’를 길 사장이 시킨 것입니까? 아니면 김 기자가 책임을 지고 있었던 보도국에서 행한 것입니까? 도대체 귀하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감,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소문에 따르면, 당신의 ‘불공정’ 보도와 ‘편향성’, ‘독선적 조직운영’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당신의 ‘불공정’ 보도와 ‘편향성’, ‘독선적 조직 운영’으로 말미암아 결국에는 세월호 참사 같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 조직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고, 당신의 발언에 분노한 유가족들이 KBS를 찾아와서 항의를 하였으며, 청와대로 달려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조직의 최고 수장인 사장이 직접 유가족에게 사죄하는 사태가 일어났다고는 보지 않습니까?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편파, 불공정 논란의 장본인인 당신이 제기하는 불공정, 비상식은 대체 무엇입니까? 당신이 무슨 염치로 사장의 지시와 감독의 불공정성, 비공공성, 불균형성, 비사실성을 언급할 수 있으며, 또 무슨 자격으로 ‘사장의 지시가 공적책임을 저버렸으며, 사장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과는 반대의 지시와 명령을 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정말로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진정 그런 주장을 하고 싶었다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을 진심으로 원했다면,
당신 말대로 명예를 더 소중히 생각했다면, 당신은 이렇게 처신해서는 안됩니다. 소문에 그치길 바라지만 김기자 당신은 혹시라도 그 수첩을 들고 노조를 찾아가서 ‘보험’을 들 것이 아니라 대중 앞에서 그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공개했어야 했습니다. 사안이 이렇게 된 이상 당신은 이미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과 같은 주장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길환영 사장에게 당부합니다. 그제 밤 KBS기자협회 총회에서 기자들이 결의한 ‘세월호 관련 보도를 반성하는 미디어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준비’, ‘KBS뉴스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 주십시오.
또한 이번에 김시곤 기자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제기되고 있는 ‘사장의 보도관련 지시’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 공영노조를 포함, 사내 모든 제작실무자 대표와 제작책임자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고, 혹시라도 사장 본인에게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책임 있는 자세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길 바랍니다.
아울러 다른 노동조합 동지들에게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부디 현재 KBS에 쏠리고 있는 국민들의 차가운 눈길을 의식하기 바랍니다. 이대로 혼란이 계속되면, 국민들로부터 ‘KBS마저 정치투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공영방송 무용론’까지 나올지도 모릅니다. 사태의 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적극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의 정쟁과 권력 투쟁은 중단하고 ‘우리 내부에 자정능력이 있음’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무런 실익도 없으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KBS를 병들게만 하는 폭로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mediap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