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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꽃'을 웰메이드로 만든 장혁…대길이는 잊자, 강필주로 기억되자

2018-02-04 08:30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웰메이드 드라마가 한 편 끝나면 아쉽다. 다음주에 다시 볼 수 없다는 서운함이 밀려온다. '돈꽃'이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종영했다.

MBC 주말드라마 '돈꽃'이 3일 23, 24회 연속 방송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이 드라마를 웰메이드라고 평가하는 데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출생의 비밀이 얽혀 있는 개인적인 복수극, 재벌가를 바라보는 정형화된 시각, 복수를 완성하기 위한 다소 비현실적인 전개 등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럼에도 웰메이드 드라마란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것은 '뭐 저래' '말도 안돼' 같은 불편함 속에 다음회가 되면 다시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럴 수 있겠다' '그래서 다음엔 어떻게 되지' 하는 공감대를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사진=MBC '돈꽃' 포스터



드라마를 그렇게 끌고 온 데는 주연 배우 장혁(강필주 역)을 비롯해 그와 갈등하는 이미숙(정말란 역), 장승조(장부천 역) 등의 열연이 주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이순재 선우재덕 박세영 임강성 등 주요 배역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와 호흡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장혁. 그의 연기력이 '돈꽃'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핵심 키였음이 분명했다. 장혁이 열연한 강필주는 고아원 출신이면서 재벌가 청아그룹의 법무팀 상무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실은 청아그룹의 숨겨진 핏줄로 이미숙에게 일생의 복수를 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만약 그가 이런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장혁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공감을 사지 못한다면 드라마를 끌고올 수 없었다. 

연기 인생 20년을 넘긴 베테랑 배우 장혁은 해냈다. 그것고 아주 잘, 완벽에 가깝게 해냈다. 밑바닥 인생에서부터 냉철하면서 야심 넘치는 변호사로, 복수의 칼날을 드러내 기어이 피를 보고 새로운 인생까지 맞게 되는 '연기 대장정'을 펼치면서도 장혁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위치를 지켜냈다.

복수 일념으로 살아오면서 점점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쉽지 않은 배역을 소화하면서 장혁은 상당히 절제된 연기를 보여줬다. 그런 점에서 비교해볼 만한 캐릭터가 있다.

장혁에게 인생 캐릭터로 남아 있는 것이 '추노'의 대길 역이다. 대길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처연하게 자신의 울분을 토해내야 하는 인물이었기에 장혁은 연기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2010년 방송된 '추노' 이후에도 장혁은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대길의 그림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장혁이 눈에 핏대만 세워도 대길을 떠오르게 됐고, 장기인 액션 연기를 해도 대길과 비교됐다.

이제 장혁은 대길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돈꽃'의 강필주다. 연기는 더 깊어졌고, 서늘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담는 눈빛은 더 매력적이 됐다. 40을 넘긴 나이, 20년을 넘긴 연기 경력에서 오는 내공도 느껴진다.

이제 새해가 한 달여 지났을 뿐인데 2018 MBC 연기대상의 대상은 장혁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수상과 상관없이 장혁이 자신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 강필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드라마 한 편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줄 만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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