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의 늘어나는 재고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앨라바마 공장 가동을 늦추고 리테일 판매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4일 현대차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1월 미국 재고 일수는 각각 4.2개월과 4.5개월에서 소폭 줄어들었다. 실제 공장 출하량을 23%, 60%씩 줄이며 큰 폭으로 생산을 조정한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현대차 미국법인 전경./사진=현대차 제공
양사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3개월 미만으로 떨어트리기 위해 공급량을 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 미국법인 재고물량 소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사의 올해 생산목표는 각각 33만1000대, 26만6000대로 5%, 15% 감소한 수치다.
올해 미국 자동차 소비는 지난해보다 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초 판매실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실제 생산 목표가 1만대~1만700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올해 미국 시장 목표 판매량은 132만6000대(현대차 71만6000대, 기아차 61만대)다. 지난해 판매량인 127만5223대보다 5만대 가량 늘리는데 그쳤다.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목표를 높게 설정해 이를 달성하고자 초과 생산 등을 감안하면서 재고가 위험 수준으로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올해 도입을 앞둔 권역별 책임경영체제가 재고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에는 판매실적과 관계없이 본사에서 결정한 물량을 현대차와 기아차가 소화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권역별 법인의 자율적인 관리를 통해 현지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는 권역별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글로벌 운영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현대차 미국법인은 도요타, 렉서스 등 자동차 업계에 35년 동안 몸담았던 브라이언 스미스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소매판매 목표를 13% 올려잡은 점도 재고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HMA 법인장(부사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올해는 개인판매를 13% 가량 확대하고, 딜러들의 재투자 의욕도 고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월 소매판매 실적은 현대차가 12% 가량 감소, 기아차의 경우 변동이 없다. 현대차는 소매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반기 중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해 개인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도 쏘울 완전변경모델, 니로 전기차, 카니발과 쏘렌토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한다.
현대·기아차가 재고소진을 위해 현지 딜러들의 인센티브를 대폭 늘릴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시장 판매 촉진을 위해 딜러에 대한 인센티브와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지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전략적으로 늘린 결과 기아차의 미국 내 재고 일수는 4개월 미만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연초부터 재고조정을 위한 공급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판매목표인 508만대 달성도 실패한 상황에서 무리한 생산과 판매에 나서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