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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희생양' 이재용 부회장…삼성 왜 이런 고통 치러야 하나

2018-02-06 11:00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여론이 돌아서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되자 ‘유전무죄’라는 촌스러운 말이 다시금 등장했다. 이 부회장이 돈이 많아 풀려났다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판결을 내린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마녀사냥도 시작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왜 유죄인지에 대한 논리는 없다. ‘적폐’라는 비난만 존재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은 물론 속상한 일이다. 또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다. 분노에 따른 논리가 있어야 그들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그들에겐 근거는 없고 분노만 있다. 이런 분노 여론에 힘입어 한 기업의 총수를 1년여 간 구속 수감 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하다.

1년여의 시간을 낭비한 끝에 이제서 제자리를 찾은 거다. 이 고통, 이 비용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국정농단 주범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한 담보가 된 삼성전자의 미래를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이번 항소심 사건 판결을 맡은 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부정한 청탁이나 정경유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거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서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한 특검의 완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행로 석방되면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 판사는 또 “최고 권력자가 삼성을 겁박해 뇌물공여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기업이 정치권력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주범이 아닌 피해자였음이 확실시 됐다.

어디 이뿐일까. 결론이 나고 보니 이 부회장은 정유라에게 말을 빌려줬단 이유로 1년 여간 구치소에 있었던 꼴이 됐다. 사준 것이 아니라 빌려줬다는 이유로 그렇게 된 거다. 때문에 유전무죄라는 말은 틀렸다. ‘유전유죄’라고 해야 정확하다.

실제로 국정농단 수사의 책임자인 박영수 검사는 국정농단 주범인 최서원의 재판에는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에는 원심·항소심 포함 4번이나 직접 출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의 표적이 이 부회장이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것이 특검이 ‘세기의 재판’이라 호언장담한 이 부회장 사건의 본질이다. 세계 최대 기업이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의 총수가 승마 선수에게 말을 빌려줬단 이유로 꼼짝없이 묶여 있었다. 이 부끄러운 기록은 다른 의미의 ‘세기의 재판’으로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남은 건 이제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다. 그에게는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그의 집행유예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격에 대한 방어 또한 과제로 남았다. 이런 시선을 좌시한 것이 ‘감옥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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