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30만 일자리 한국GM, 언제까지 철수설 흔들려야 하나

2018-02-08 15:51 | 이의춘 기자 | jungleelee@mediapen.com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한국GM이 다시금 기로에 섰다.

수년간 천문학적인 적자가 누적되면서, 향후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국GM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에서 짐을 쌀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GM에선 철수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판매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노조의 과도한 임금투쟁 등이 겹치며 한국GM의 홀로서기와 경쟁력회복은 불가능하다.

미국 본사에선 한국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3조원의 증자에 산업은행이 참여하고, 중단된 금융기관 대출재개로 자금난을 덜어달라고 요구중이다. 세금 감면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GM은 군산과 부평 창원 보령공장에 있는 1만6000명의 본사인력과 3000여개의 협력업체 종사자 등 30만명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GM의 지분은 GM이 76.96%, GM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상하이기차가 6.02%, 산업은행이 17.02%를 각각 갖고 있다. 철수설이 나도는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2대주주인 산은이 이를 비토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해제됐기 때문이다. 본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한국에서 빠져나갈 개연성은 있다.

만약 본사가 철수 결정을 하거나, 일부 공장가동을 중단하면, 심각한 일자리감축사태가 벌어진다. 본사 메리 베라 최고경영자(EO)는 한국GM에 대해 독자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중이다. 베라 CEO는 취임이후 유럽자회사 매각, 임팔라 등 대형세단 단종, 인도 남아공 시장 철수 해외 사업본부 재편성 등 강도 높은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벌였다. 한국GM도 사업재편의 예외가 아니다. 

일자리대통령을 선언한 문재인대통령에겐 본사의 증자 참여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본사와 소통을 유지하면서 국내공장을 돌리게 하는 게 일차적 과제가 됐다.

한국GM의 철수설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미국본사는 3조원의 증자에 한국정부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획기적인 재무개선방안과 수출확대방안이 없으면 한국GM의 운명은 불투명해진다. 노조의 고통분담과 본사의 회생의지가 있어야 한국정부도 증자참여가 가능한 상황이다. 카허 카젬 한국GM사장.


한국GM의 경영상태는 중증상태다. 호전될 기미도 없다. 본사의 생산물량 배정 등에 따라 수출 물량 등이 결정되고 있다. 재무구조를 보면 지난 2014년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3534억원에서 2015년 9868억원, 2016년 6315억원, 지난해 8000억~1조원의 마이너스행진을 벌였다.  누적적자가 벌써 2조원이 넘어서고 있다. 차입금 누적액도 3조4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판매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내수에선 현대차 기아차에 밀려온 한국GM은 수출로 유지했다. 수출은 2013년 62만9478대를 정점으로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39만2170대로 추락했다. 내수도 연간 15만대안팎으로 줄었다.

수출 내수가 급감하면서 가동률도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크루즈와 올란도 등 비인기차종을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30%이하로 추락했다. 말리부와 스파크를 생산하는 부평 창원공장만 정상가동중이다.

한국GM이 수렁에 빠진 것은 독자적인 생산모델과 수출네트워크가 없이 미국본사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본사는 2013년 쉐보레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했다. 쉐보레 생산기지였던 한국GM은 날벼락을 맞았다. 완성차수출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우중회장이 경영하던 대우차는 독자적인 브랜드와 국내외 생산기지, 수출주력화 등으로 급성장했다. GM이 인수한 한국GM은 독자적인 결정권이 없어 본사전략에 따라 경영상태가 좌우되고 있다. 사실상 본사의 하청생산기지로 변한 셈이다. 김대중정부 대우차 매각 당시 하청기자의 가능성이 줄곧 경고됐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유치와 미국빅3의 인수등을 내세워 이같은 우려에 눈을 감았다. 자동차산업이야말로 국적이 있는 산업이다. 국가대표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독자생산하는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한국 등 5대 제조업강국과 중국뿐이다. 전후방연관효과도 가장 크다. 외환위기 당시 너무 쉽게 GM본사에 매각한데 따른 후유증을 이제 심각하게 겪고 있다. 

한국GM은 살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상태로 전환돼야 한다. 이대로가면 30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GM자동차 클러스터가 휘청거리면 국내 경제에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출렁거린다.구조조정중인 조선 해운등에 비해 비교할 수 없다. 제조업 전체가 연쇄타격을 입는다. 군산 부평 창원 보령 등 GM자동차단지가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다. 제조업강국의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 

한국GM의 스파크브랜드.


문제는 지금같은 고비용 저효율구조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판매부진속에 전투노조의 고임금파업 등이 관행화하고 있다. 본사는 한국GM을 살린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증자에 참여할 명분을 줘야 한다. 본사차원의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계획과 수출물량 증대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본사가 회생의지를 보여야 한국정부과 산업은행도 움직일 수 있다.

노조의 철저한 반성과 고통분담도 필수적이다. 노조는 회사가 장기간 적자와 판매부진에 시달렸는데도, 매년 고임금을 요구하는 파업과 통상임금 소송을 벌였다. 회사는 용궁에 가기 직전인데도, 노조는 내몫만 챙기려 했다. 극심한 모럴해저드를 보였다. 회사가 살아야 일자리도 유지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대우조선 노조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대우조선은 워크아웃이후 전문경영인들의 대규모 분식회계와 횡령 등으로 천문학적인 적자가 발생했다. 산은과 금융기관은 12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겨우 회생시켰다.

대우조선 노조원은 금융기관의 수혈로 연명하는데도, 한때 임금인상과 고용조정 반대등의 파업을 벌였다. 산은이 자금지원 중단 경고를 하자, 노조가 겨우 임금동결과 인력조정에 동의했다. 한국의 노조는 너무나 전투적이다. 오로지 내몫만 챙기려는 탐욕과 이기주의가 만연돼 있다.

한국GM 인건비는 2013년 7300만원에서지나해 8700만원으로 급등했다. 본사에선 매년 임단협상을 해야하는 한국적 노사협상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자를 기록중인데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제조비용은 급등했는데, 판매가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대마불사 신화에 안주한다면 코피터질 날이 빨리 다가올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든 공적자금등의 파이프라인을 대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위험천만이다. 정부가 한국GM의 도산을 방치하지는 않겠지만, 노사의 자구노력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지금처럼 파업과 고임금요구를 지속하면 정부의 지원은 어렵다. 노조가 위기의식을 갖고 파업자제와 임금동결 등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한국GM노사가 합심해서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기를 기대한다. 철저한 자구노력과 고통분담이 전제돼야 산업은행의 증자참여가 가능하다. 본사도 철수설로 압박만 하지 말고,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있는 회생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수시로 철수설이 나도는 것은 한국GM의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한국소비자들은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GM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