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드라마나 영화 속 기업인의 모습은 최악이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방영중인 KBS 2TV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도 그렇다.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를 통해 ‘수저 계급론’을 정당화 시켰다. 기업인은 금수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흙수저라는 뉘앙스다.
드라마는 수저 계급론을 언급하며 “부모의 능력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에 따라 자식의 계급이 결정된다는 자조적인 표현의 신조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계층 상승을 할 수 없다는 절망감, 박탈감에서 나온 말”이라며 “맞는 말이기도 하다”고 못 박았다.
이런 발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기업인을 그야말로 ‘악(惡)’으로 그려 놨다. 대한민국 사회를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으로 구분한 것도 모자라, 그 잘 사는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으로 묘사했다. 거기에 로맨스까지 가미되니 스토리는 절절하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등장인물만 바뀔 뿐 언제나 반복된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기획 의도, 줄거리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를 통해 기업인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고착화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드라마로 배운 이미지가 쌓이다 보면 그것이 결국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 드라마 속 재벌 3세를 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떠올려 봤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막연히 ‘재벌은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이 강해지고, 이재용 부회장이 ‘나쁜 사람’이 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재용 부회장 뿐 아니라 모든 기업인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KBS 2TV 드라마 '황금빛 인생' 포스터./사진=KBS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수감 기간 동안 이 드라마를 시청했고 “일반 국민들이 재벌에 대해 느끼는 인식에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구치소에서 틀어주는 방송을 봤을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드라마를 봤다면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방송국의 자유다. 때문에 그것을 막을 순 없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만들어진 이미지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황금빛 내 인생’의 기획의도 역시 만들어진 것일 뿐 사실과 다르다. 조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계급’을 언급하며 사실인양 호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발상이다.
진짜 계급 사회는 부모가 양반이면 자식도 양반이고, 부모가 천민이면 자식도 대대손손 천민이 될 수밖에 없는 가혹한 사회다. 대한민국 사회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하루아침에 이재용이 될 순 없겠지만, 우리에겐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거다.
부모가 부자인 사람은 부모가 가난한 사람보다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부모는 부자가 되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의 결실을 자식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거다. 이걸 막을 수 있는 곳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밖에 없다.
개인에게 주어진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부모가 물려준 것은 돈 뿐만 아니라 능력, 외모, 성격, 끈기 등 다양하단 의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가 물려준 소질을 살려 삶을 꾸려나간다. 기업을 운영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것 역시 부모가 물려준 재능이다. 그럼에도 이 특별한 재능을 재능으로 보지 않고 악으로 묘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기업인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기업의 이윤창출을 통해 일자리 등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대한민국 경제도 성장한다. 수준 낮은 드라마로 인해 의기소침해선 안 된다. 물론 법을 어기고, 악행을 일삼는 나쁜 기업인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일 뿐 모든 기업인이 그런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러니 삼류 스토리에 속지 말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