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집을 팔아야하나요. (안 팔고) 버텨야 하나요. 아니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나요.”(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50대 다주택자 A씨)
설 연휴에도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상승행진을 이어가는 집값을 보면 팔기는 싫은데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버티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자니 임대소득 노출이 눈엣 가시다.
1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말(6억8500만원) 대비 3% 가량 오르며 7억500만원을 기록했다. 관련 조사가 진행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선 것. 2009년 7월 5억원을 넘어선 중위가격이 6억원에 도달하기까지 7년 9개월이 소요된 반면, 7억원을 돌파하는 데에는 불과 8개월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소위 ‘버티기’에 들어가는 이유다.
하지만 오는 4월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2부동산 대책에 따라 오는 4월부터는 다주택자가 청약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주택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가 추가 적용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의 10%, 3주택자는 20%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세법 개정으로 양도세 기본 세율도 높아졌다. 양도 차익이 1억5000만원을 초과하면 38%, 3억원을 초과하면 40%, 5억원을 초과하면 4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양도세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경제적 가치가 증가한 자산을 양도할 때 얻은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양도세 중과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서 얻을 수 있는 수익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개편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유세는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할 때 내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말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참여정부 당시 도입됐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흐지부지된 바 있다. 보유세 개편방안의 초점이 다주택자들에게 맞춰지는 만큼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집을 팔기는 싫고, 버티기도 여의치 않다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라는 게 정부의 대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건강보험료 인하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담은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촉진하기 위한 당근책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대소득이 노출된다는 불편함이 여전한 가운데 세제혜택 등을 받기 위해서는 등록 후 8년 이상 유지해야 하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주택의 전용면적과 공시가격 범위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혜택 자체가 8년 이상 준공공임대에 집중된 가운데 서울 지역 등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라는 제한 때문에 혜택을 상당부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다주택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양도세 중과 시행 등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과 강남 등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률이 꾸준한 만큼 연휴 이후에도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는 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관망세로 버티기를 이어가는 다주택자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