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비밀 회담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한이 이를 취소해 불발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성명 등 펜스 부통령실 및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중재 하에 북한이 펜스 부통령 방한 기간 그와 만나기 원한다는 얘기를 중앙정보국(CIA)이 접수해 회담 논의가 시작됐으나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지난 5일 방한 등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북한의 초청을 받아들였지만, 8일 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 회담 장소와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북한 양측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이튿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합의했고, 회담에는 미국측 펜스 부통령,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북측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3명씩 참석할 예정이었다.
WP는 북한이 회담 2시간을 앞둔 시점에서 '그(펜스 부통령)의 수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회담 거절을 통보했다고 보도하면서, 펜스 부통령이 회담 전날인 9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대북 추가제재 등 압박 행보를 거듭하는 메시지가 나온 시점에 미북 회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사진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북미 양국 고위급 대표단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좌)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우)./사진=(좌)청와대,(우)연합뉴스 제공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20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에서 "펜스 부통령이 회동에 앞서 북한 인권상황을 규탄하고 새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그들(북한)이 만남을 피했다"고 설명했고,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부통령이 '최대의 압박' 캠페인에 대한 수사를 완화하기 원했던 것 같지만 처음부터 미국의 입장은 올림픽이 독재정권을 가리는 수단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회담 불발과 관련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펜스 부통령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이번 회담을 북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지만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또한 이날 열린 국회 외통위 업무보고에서 "확인해 줄 사안이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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