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마지막 한 가닥 기대마저 채워주지 못했다. '못 하더라도 팀워크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못하는 팀워크'만 보여줬다. 논란의 한가운데 놓인 한국 빙속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현재 모습이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21일 열린 7-8위 순위결정전에 나서 폴란드에 패했다. 참가 8개팀 가운데 최하위인 8위가 한국이 받아든 최종 성적표다.
질 수 있고, 최하위도 괜찮다. 논란을 촉발시켰던 준준결승에서와 같은 '팀 정신 실종'만은 보고싶지 않았다.
한국은 준준결승 때 뛴 멤버가 그대로 출전했다.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가 같이 스타트 라인에 섰다.
경기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한국 선수들은 약속된 대로 순서를 바꿔가며 레이스를 펼쳤고, 후반에는 힘들어 하는 선수를 뒤 선수가 밀어주기도 했다. 세 명이 뭉쳐 달리며 서로 거리가 벌어지는 장면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록을 줄여 보겠다는 의지도, 상대를 이겨 보겠다는 투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줄곧 뒤지고 있는데도 누구 한 명 치고나가 스피드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도 없었고, 마지막 바퀴 스퍼트해 남은 힘을 쏟아붓는 모습도 없었다. 아무리 최하위 결정전이라고 해도, 태극마크를 달고 승부에 뛰어든 국가대표의 모습은 없었다.
굳이 해석해 보자면 '보여주기식 뭉쳐서 함께 가기'였다. 한국의 이날 기록은 3분 07초 30. 준준결승 때 3분 03초 11보다도 오히려 4초 19나 뒤졌다. 열심히 뛰지 않은 결과다.
이틀 전 열린 준준결승을 통해 여자 대표팀은 심각한 내분 양상을 보였다. 레이스 도중에는 막판 노선영을 홀로 뒤에 떨궈놓고 두 명만 만저 들어와 '팀' 경기의 기본을 내팽개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처진 선수를 탓하는 발언을 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기자회견을 하고 사과와 해명을 했는데, '팀'이 나오지 않고 개인만 나왔다. 해명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며 논란은 더 심해졌다.
이런 와중에 이날 순위 결정전이 열렸고, 선수들은 출전해 실망스런 경기를 했다.
속이야 어떻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랐는데,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끝내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