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북한 고위대표단 단장으로 방남하는 것에 대해 올림픽 기간 중 대북제재의 예외 인정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큰 틀을 전제로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을 와해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과, 평화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북 대화를 함께 풀어가는 구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김영철은 2010년 미국을 비롯해 2011년 28개국 유럽연합(EU), 2013년 호주, 2016년 우리나라에서 각각 독자 대북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비롯해 북한 사이버부대 창설로 디도스테러 등 범세계적 해킹을 자행한 배후로 꼽히는 그는 호주와 EU에서 자산동결 및 여행제한 대상으로 지정됐고, 우리나라와 미국으로부터는 금융거래금지·자산동결 제재를 받고 있다.
한미 모두 금융제재로 여행금지를 적용하지 않아 김영철 방남에 물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이 속사정이지만, 앞서 올림픽 기간 중 방북단 전세기 이용 및 만경봉 92호 입항, 김여정·최휘 방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의에 나섰다.
현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 단장의 방남에 대해 통일부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의 의도에 대해 지금 단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고, 외교부는 전날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에 있어 국제사회 대북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며 북한 대표단 방남도 이런 틀에서 이루어지도록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2010년 3월26일 오후9시22분경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경계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제2함대 소속 천안함(PCC-772)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하여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사진=해군 홈페이지 제공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역임했던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김정은은 올림픽을 계기로 육해공 대북제재에 구멍이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경제제재를 돌파하자는 생각일 수 있다"고 설명했고,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평창을 계기로 대북제재 구멍을 이미 뚫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근식 교수는 "천안함 주범이고 한미 독자제재 대상인 김영철이 폐막식에 참석하고 대통령을 만나는 것에는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대북제재를 흐트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다"며 "앞서 김여정 특사가 정상회담 제의를 했는데 김영철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더 내놓을 것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인 만큼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고,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큰 구도를 전반적으로 생각하면 제재 또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평화 올림픽에 따른 방문은 전체 구도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보았다.
다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에서 30년간 일하다 탈북한 리정호씨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연구소(ICAS) 심포지엄에서 "위기에 허덕이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내세워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려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초강력 대북제재로 숨통이 조여지는 상황에서 평창 이후 제재에 구멍을 내려는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부는 김영철 등 북측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일정에 대해 23일 "이를 수용한다는 대북전통문을 보낸 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구체적인 일정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국면의 지속을 위해 '대북제재 예외' 인정에 대한 국제공조가 차질 없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