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봅슬레이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올림픽 첫 메달을 따냈다. 봅슬레이 종목 아시아 첫 메달 기록을 한국 대표팀이 세웠다.
원윤종(33)-전정린(29)-서영우(27)-김동현(31)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25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4인승 3~4차 주행에서 잇따라 역주를 펼치며 공동 은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전날 2차 주행까지 2위에 올라 금메달도 노려봤지만, 순위를 유지하며 독일 니코 발터 조와 공동으로 은메달을 획득한 것만 해도 역사에 남을 사건이다.
연습할 장소도, 쓸 만한 썰매도 없어 아스팔트 위에서 모의 썰매로 연습을 하던 시절이 그리 옛일도 아닌 한국 봅슬레이다.
한국 봅슬레이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만큼 올림픽 도전 역사가 짧다. 남자 4인승에서 '한국 썰매 종목의 선구자' 강광배를 비롯해 이진희 김동현 김정수가 호흡을 맞추며 19위에 오른 것이 첫 올림픽 출전에서 거둔 성적이었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는 남자 2인승과 4인승에서 2팀씩, 여자 2인승 1팀이 출전했다. 원윤종-전정린-석영진-서영욱 조가 출전한 4인승에서는 20위에 랭크됐다. 여전히 세계 수준과의 격차는 커 보였다.
그리고 4년이 흘러 국내에서 개최된 평창 올림픽. 한국 봅슬레이는 확 달라져 있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미지의 분야에 도전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땀흘리는 이들의 노력이 조금씩 알려졌다. 2009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봅슬레이 특집을 방송한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썰매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됐고, 평창 올림픽 유치 후 각계의 지원도 대폭 늘어났다.
성원 속 한국 봅슬레이는 비약적 성장을 했다.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소식들이 전해졌고, 이번 대회 메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당초 한국 봅슬레이가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더 기대했던 종목은 원윤종 서영우가 짝을 이뤄 출전한 남자 2인승이었다. 하지만 1차 주행 출발 순서 추첨에서 출전 23개 팀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출발하는 최악의 불운을 겪었고, 이 때 11위로 떨어진 순위를 만회하지 못하고 6위에 그치고 말았다. 첫 메달의 희망이 많이 꺾였다.
하지만 4인승 경기가 남아 있었다. 2인승 경기에 이어 4인승에도 출전한 파일럿 원윤종과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이를 악물었고, 푸시맨 김동현 전정린과 호흡을 맞춰 사력을 다해 썰매를 끌고 밀며 놀라운 역주를 펼쳤다. 그렇게 합심해서 자랑스럽고 역사에 남을 메달을 획득했다.
메달을 따낸 기쁨 이상으로, '도전' 정신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선수들은 '무한'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