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다스(DAS)를 통해 300억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 110억 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이르면 19일 결정되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 뇌물 혐의와 아들 이시형씨의 다스 배당금 의혹이 추가로 불거져 일가족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는 부인인 김윤옥 여사 또한 국내외에서 다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4억 원 사용한 정황과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구체화됨에 따라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 결정과 별개로 이번 주에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검찰은 이씨가 다스의 대주주 배당금을 가로챈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판단을 굳혔다.
앞서 이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의 통장을 통해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10억 원을 갖다 쓴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와 별도로 이 회장에게 전하지 않고 다스 배당금이 입금되는 통장을 해당 통장으로 바꿔 배당금 중 수억 원을 자신의 전세금 등에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의 경우 자신의 출입국 기록을 비롯해 다스 전현직 임원들 진술과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토대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고, 검찰은 김 여사와 이씨가 이처럼 다스 돈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점을 들며 이 전 대통령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김 여사가 전달 통로로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성동조선해양-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청탁성 자금과 관련해, 2007~2008년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에 20억 원을 건넨 성동조선해양이 2012년 12월 창업주가 구속되고 이듬해 이 전 대통령도 퇴임하자 건넨 돈을 반환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또한 대선을 앞둔 2007년말 국내 최대 불교 교육기관 중 하나인 능인선원의 주지인 지광 스님으로부터 불교대학 설립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 모처에서 지광 스님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구속기소)과 지광 스님 모두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러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임 5년 만에 20개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은 3월14일 오전9시23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한지 21시간 만인 15일 오전6시25분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출두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밤샘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가 자신과 무관하고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속속들이 나오는 일가족 연루 의혹을 해명하지 못해 부인인 김 여사와 아들 시형씨 모두 검찰 사정권에 들었다는 법조계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검찰이 정치보복 주장 등 불필요한 잡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가족들에 대한 보강 수사 후 역시 사법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았다.
이씨의 경우 이미 검찰이 지난 2일 이 전 대통령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기소하면서 40억 원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다만 법조계는 김 여사를 조사해야 이 전 대통령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들며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비공개로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건을 맡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6일 문무일 검찰총장을 만나 이 전 대통령 조사결과를 보고하면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18일 총장 주재로 열린 대검 내부 회의에서는 영장청구 의견에 반대한 간부가 한 명도 없었다고 알려졌다.
법조계는 이미 구속된 측근들과의 법적 형평성을 비롯해 20개에 달하는 혐의의 중대성, 해당 혐의를 모두 부인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총장의 결단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았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