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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극단적 케미포비아'

2018-03-22 13:58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중금속 허용치를 위반해 회수 및 폐기 처리 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풀 커버스틱 컨실러1호 라이트 베이지 제품./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몇 년 전 부터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믿고 사용했던 것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가장 크게 배신을 당한 것이 '가습기 살균제'였다. 이후 일회용 생리대, 치약, 스마트폰 케이스, 요가 매트 등 크고 작은 것들로 부터 배신을 당했다. '세상에 믿을 게 없다'는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이런 일들이 불거진 배경은 제품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화학제품들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문제도 많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 중에 '화학적'이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샴푸, 치약, 화장품, 세제, 비누 등 '화학'과 함께 산다고 봐도 무방하다. 

'화학'들로부터 배신을 당하면서 생활 화학제품을 꺼리는 '케미포비아', '노케미족'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비누와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학제품을 무조건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 '노케미족'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먹는다면 어떨까. 담배와 술보다 비누가 우리 몸에 더 해로울까.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샴푸는 사용하지 않는데 초미세먼지를 매일 흡입하면 어떨까.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비위생성과 불편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우리는 몸에 덜 해롭기 위해 샴푸나 비누를 멀리하고 천연 세제를 찾고 있지만 화학제품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가 화학제품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면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나 음료도 마시지 말고 일회용품도 사용하지 않는 등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한 사고의 대전환이 있어야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금속 '안티몬'이 허용기준을 초과한 화장품 8개 업체와 13개 품목을 발표하고 판매 중단한다고 알렸다. 이 화장품의 제조사는 화성코스메틱이라는 중소기업이었지만 이를 판매한 곳이 아모레퍼시픽, 올리브영(CJ올리브네트웍스), 스킨푸드(아이피어리스) 등이라고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특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분노는 남달랐다. 

네티즌들은 "어린 여학생들 쓰는 브랜드에 그따위 짓을 해놓고 모든 제품 불매', "다른 제품들은 괜찮을지', "먹는것, 바르는 것 이런 거라도 좀 제대로 만들면 좋겠다" 등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하지만 '안티몬'에 대해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안티몬은 물이나 공기, 식품 등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캐나다 보건당국의 자료에 의하면 안티몬은 주로 먹는 음식이나 물, 공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 이런 경로를 통해 개인이 하루 동안 섭취하는 안티몬의 평균 섭취량은 약 5ug(마이크로그램)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우리가 숨을 쉬고, 먹고, 마시는 일상생활만 영위해도 매일 약 5 ug의 안티몬을 섭취하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안티몬이 피부에 흡수돼 인체에 유해성을 일으켰다는 연구는 아직 없다. 즉 화장품을 사용해 피부를 통해 안티몬이 인체에 유입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화장품은 음식이나 물과 달리 피부에 바르기 때문에 화장품을 통해 안티몸이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흡수된다 하더라도 그 양은 매우 미미하다. 

안티몬에 대해 기준치를 정해놓은 국가도 캐나다와 독일 정도이다. 물론 식약처가 정한 안티몬 허용 기준(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을 위반한 것은 잘못이다. 제조업체 뿐 아니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판매 기업들도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해당 기업들을 비판하고 불매 운동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 나갔다는 판단이다. 그들은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회수 조치하고 사과도 했다. 

해당 화장품을 사용해 즉시 몸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암이 발생하거나 하는 등의 위험은 거의 없다. 직접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다. 

어쩌면 서울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더 해로울 것이다. 화장품이 초미세먼지 만큼 몸에 해로우려면 화장품을 평생 사용해도 안 될 것이다. '극단적 케미포비아'에 대한 균형와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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